‘형의 그늘’ 벗어나 최고 선수가 된 모비스 문태영

입력 2014-04-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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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영. 스포츠동아DB

LG에서 모비스로 이적한 뒤 적응기 거쳐 환골탈태
정규리그 LG와의 최종전서 형 의식하다 부진하며 우승 내줘
챔프전서 재대결한 LG와 문태종에게 완승, ‘형보다 나은 아우’
기복 없는 득점행진으로 PO MVP에 등극해 기쁨 두 배

문태영(36·모비스)은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이하 챔프전)에서 맹활약하며 플레이오프(PO)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혼혈귀화선수가 PO MVP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9~2010시즌 LG에서 한국프로농구와 인연을 맺은 문태영은 늘 형 문태종(39·LG)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유럽리그 정상급 선수인 문태종과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챔프전을 통해 ‘형만한 아우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 모비스에서 스타일을 바꾼 문태영

문태영은 한국프로리그에 뛰어든 2009~2010시즌부터 3년간 LG에서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다. LG에서는 그에게 모든 공격이 집중됐고, 볼을 갖고 있는 시간도 길었다. 하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6강 PO에 2차례 진출했지만 번번이 4강 길목에서 주저앉았다.

문태영은 그런 뒤 모비스로 이적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는 2012~2013시즌 힘든 시간을 보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문태영을 길들였다. 자유분방한 그에게 엄격한 규율을 따르도록 지시했다. 또한 코트 안에서는 개인기가 아닌 조직적인 플레이에 녹아들도록 했다. 문태영은 많은 움직임이 필요했던 탓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적응을 못한 시즌 초반에는 출전시간도 들쭉날쭉했다. 4라운드 이후 적응력이 높아진 문태영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고, 지난 시즌 팀이 리그 정상에 서는데 일조했다.


● 드디어 넘어선 형의 벽

2013~2014 시즌들어 문태영은 형과의 맞대결로 더 주목을 받았다. 그가 속한 모비스와 문태종의 LG는 시즌 내내 선두다움을 펼쳤고, 챔프전에서도 격돌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격돌한 지난달 7일. 문태영은 문태종과 치열하게 맞붙었다. 거친 몸싸움으로 형에게 밀린 문태영은 손을 다치기도 했다. 이날 경기의 승자는 LG와 문태종이었다. 유 감독은 “그 경기에서 (문)태영이가 형을 많이 의식하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라고 얘기했다.

챔프전에서 다시 LG와 형을 상대한 문태영은 달라졌다. 형을 의식했지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1~6차전까지 기복 없는 득점행진으로 팀의 2년 연속 우승에 기여했다. 부상으로 MVP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까지 손에 넣은 그는 형제간의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유럽에서는 형에게 밀렸지만 한국에서만큼은 형이 부러워할만한 동생이 됐다.

창원|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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