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춤추는 브레이킹볼 ‘천적’도 루킹 삼진

입력 2014-04-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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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 애리조나 킬러로 변신한 류현진

12일 7이닝 8K 무실점 시즌 2승 호투
류현진에 5할 쳤던 골드슈미트 무안타
90마일 바로 뒤 70마일 커브 속수무책


“류현진이 대단한 피칭을 했다. 도무지 공략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12일(한국시간) 라이벌 LA 다저스에게 홈에서 0-6으로 셧아웃을 당한 애리조나 디백스의 커크 깁슨 감독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7이닝 동안 삼진을 8개나 잡으며 2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한 류현진에 대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격적인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어떤 공이 들어올지 타자들이 감을 잡기 힘들었다. 올 시즌 첫 번째 대결보다 훨씬 더 뛰어난 투구를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저스가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 못지않게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알려진 체이스필드에서 팀 완봉승을 거둔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류현진에 이어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노장 제이미 라이트도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사실 승부의 추가 다저스 쪽으로 기운 상태에서 경기가 펼쳐졌다. 전날 경기가 없었던 다저스와는 달리 디백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5로 승리를 거뒀다. 디백스 선수들이 피닉스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오전 2시30분이었다. 1일부터 11일 동안 10경기나 치르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다저스를 맞이한 디백스는 파김치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타격 연습도 하지 못하고 류현진을 상대한 디백스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실 허공을 갈랐다.

지난 시즌 류현진을 상대로 타율 0.500(14타수 7안타)을 기록하며 ‘천적’으로 군림했던 폴 골드슈미트는 삼진을 두 차례나 당하는 등 3타수 무안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6회에는 방망이도 휘두르지 못하고 서서 삼진을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올 시즌 홈런 5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던 마크 트럼보도 류현진의 변화무쌍한 투구에 두 번이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디백스는 올 시즌 류현진과 두 차례 대결에서 12이닝 동안 단 4개의 안타만을 때렸을 뿐 삼진을 무려 13개나 당했다. 지난 시즌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루키 시즌 류현진은 2차례 이상 상대한 팀 가운데 디백스에게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다. 5번 선발로 나서 1승2패(방어율 4.65)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0.300이던 피안타율이 올 시즌에는 0.098로 뚝 떨어졌다. 그 비결은 브레이킹볼에서 찾을 수 있다. 주로 직구와 체인지업을 위주로 상대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슬라이더와 커브의 위력이 배가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고 있다. 그러면서 이닝당 1개가 넘는 삼진(21이닝 22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2이닝 8실점(6자책점)으로 무너졌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는 브레이킹볼의 제구가 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디백스전에서는 횡으로만 휘지 않고 종으로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돋보였다. 시속 90마일 초반대 직구 이후 70마일 초반대의 느린 커브에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최근 다저스타디움에서 만난 쿠바 출신의 한 팬은 “류현진은 4개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나은 성적을 낼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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