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 “인기·명성 예전만 못해도 지금이 더 행복”

입력 2014-04-15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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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하이틴 스타에서 이제는 40대 중년 여성의 마음을 연기로 대변하는 이연수. SBS 아침드라마 ‘나만의 당신’에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1993년 돌연 연기 중단…평범한 생활
2003년 중국드라마 출연 계기로 복귀
한국 활동 여의치 않아 다시 3년 공백
기회에 대한 소중함 깨닫고 연기 매진

“호랑이 선생님 능가하는
대표작 한 번 만들어야죠”


1980년대 인기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을 기억하는가. MBC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은 당시 선생님 역할의 고 조경환을 비롯해 강문희, 윤유선, 안정훈 등 수많은 아역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그 중 예쁜 외모의 부반장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연수가 어느덧 40대의 연기자로 출연작마다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아침드라마 ‘나만의 당신’에서는 주인공 이민영의 이모 역으로 문천식과 함께 코믹 커플로 등장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연수는 “그동안 누군가의 첫사랑으로, 단아한 이미지의 캐릭터만 주로 연기해 이미지 변신이 두려웠다. 푼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내 안의 틀도 조금씩 깨는 것 같고 주변에서도 반응이 좋아 새로운 도전이 즐겁다”고 말했다.

‘호랑이 선생님’ 이후 1990년대까지 수많은 광고 속 주인공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이연수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 하이틴 스타였다. ‘나만의 당신’을 비롯해 지난해 방송된 KBS 2TV ‘TV소설 삼생이’까지 그의 복귀를 가장 먼저 알아봐준 건 단연 당시를 추억하는 동년배 팬들이다.

이연수는 “‘호랑이 선생님’ 속 내 모습을 기억하고 다가온 팬들은 대부분이 또래거나 어르신들이다. 내가 다시 연기를 하면서 재기하는 모습에 많은 응원을 해 준다”며 웃었다.

그의 말처럼 이연수는 활발히 활동하던 1993년, 돌연 연기를 중단하고 대중 곁에서 사라졌다. 앞만 보며 달려온 연예계 생활에 큰 회의를 느꼈던 그는 이후 10년 넘게 지극히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 자연인 이연수의 삶을 만끽했다.


다시 연기에 대한 열정을 깨우쳐 준 건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중국 활동이었다. 2003년 지인의 추천으로 중국드라마 ‘강산미인’에 출연한 이연수는 한 달 반 동안 중국 촬영에 참여하면서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재확인했다.

“중국에 와서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도 즐거운데, 한국에 가서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 홀로 방송국을 돌며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연기 인생 2막이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의 다짐처럼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새 작품을 시작하기도 전에 회사가 해체되다시피하면서 3년의 시간을 허무하게 보냈다. 활동에 탄력은커녕 다시 슬럼프가 찾아왔다.

평소 긍정적인 성격의 이연수에게 두 번째 공백은 다행히 연기에 대한 절실함으로 이어졌다. 과거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연기는 “어쩌면 다시 못할 수도 있는 것”이 되었고, 기회 자체에 대한 소중함이 커진 계기가 됐다.

과거의 인기와 명성에 비하면 지금 당장의 배역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며 이연수는 미소를 지었다.

“언제 연기가 가장 재미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지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면서 세상 이치를 조금은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이제는 ‘호랑이 선생님’ 이후의 대표작도 한 번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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