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대형 참사에도 프로야구를 멈추지 않는 까닭

입력 2014-04-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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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무사 1, 2루에서 넥센 공격때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자 LG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17일 잠실야구장은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경기 전 야구장의 분위기를 띄워주며 흥겹게 만들던 음악소리가 사라진 탓이었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비 때문에 광주~부산~대구 순으로 경기가 취소됐다는 소식이 잇달아 올라왔다. 잠실의 하늘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남쪽 바다에 가라앉은 배에 갇힌 어린 학생들의 애타는 소식만 연신 뉴스에 나왔다. 흐린 하늘 속에서 경기 전 훈련을 하는 두 팀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16일 밤부터 아예 TV에서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사고가 난 학생들과 같은 나이의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을 미국에 유학을 보낸 김 감독은 전날 밤 12시에 아들과 전화통화를 했다.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둔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마음도 같았으리라. 김 감독은 고등학교 2학년인 큰 아들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어디 다닐 때 항상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둘째 아들과도 SNS를 통해 문자연락을 했다. 둘째는 거꾸로 “아빠 힘내세요”라고 했다. 6연패에 빠진 팀 사정을 아는 아들이 아빠의 어깨를 누르는 부담을 덜어줬다.

28세 딸을 둔 LG 신경식 타격코치는 지방 경기취소 소식을 듣더니 “우리도 경기를 최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학생 딸을 둔 김선진 코치도 같은 심정이었다. 프로야구는 전 국민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는 스포츠인데 지금 전 국민이 마음속으로 애도를 보내는 시기에 과연 야구를 계속 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고민은 많다. 16일 침몰사고가 나자마자 응원을 자제시키는 등 최대한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혹시 경기중단을 검토하고 있는가” 라고 기자가 묻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한국 프로야구의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보스턴 폭발사고 때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사례를 검토했다. 보스턴만 한 경기를 취소했다. 우리도 고민이 많다. 만일 시즌을 중단한다고 해도 언제부터 중단할 것이며 언제까지 중단할 것인지 등 따져봐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쉽게 결정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 우리로서는 최대한 조용히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늘의 눈물일까. 결국 이날 잠실 넥센-LG전도 2회초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이날 4개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는 모두 우천 취소됐다.

잠실|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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