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스포츠동아DB
김신욱 4월 침묵…울산 부진과 맞물려
골대 때린 수원전 프리킥 “느낌이 왔다”
22일 ACL 조별리그 최종전 승리 다짐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9라운드 경기가 열린 19일 울산 문수경기장. 0-1로 뒤진 채 시작한 후반전, 킥오프 휘슬을 기다리던 울산 공격수 김신욱(26)은 하프라인에 조용히 섰다. 두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골을 넣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었다. ‘팀에 보탬이 되자’는 간절한 의지를 담은 묵상이었다. 추가시간을 포함해 후반 49분이 흐른 뒤 전광판에는 2-2가 새겨졌다. 울산은 종료 6분여 전까지 0-2로 패색이 짙었지만, 김민균(후반 39분)-유준수(후반 44분)의 연속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신욱은 골 맛을 보진 못했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전반 막판 프리킥이 골대를 맞히지 않았다면 100점 만점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을 통과하던 그의 표정도 홀가분했다. “모든 걸 얻었다면 자만했을 것”이란 짧은 한마디에서 ‘겸손한’ 김신욱의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 단순함을 지키기 위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은 단순해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김신욱은 우울했다. 지난 달 29일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2골을 터뜨렸을 때만 해도, 3월 한 달을 펄펄 날던 그의 침묵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1일 구이저우 런허(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1-3 패배 이후로 꼬였다. 울산은 부산 원정경기(6일 0-0), 성남FC와의 홈경기(9일 0-1), 전북 현대와의 원정경기(12일 0-1)를 모두 날린 데 이어 15일 웨스턴 시드니(호주)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홈경기(0-2)까지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사실 김신욱의 페이스가 나쁜 것은 아니다. 19골(6도움)을 넣으며 득점왕 경쟁을 펼친 지난 시즌과 별 차이가 없다. 2013년 정규리그 9라운드 시점까지 6골, 올해는 9경기에서 5골-1도움이다. 다만 그의 침묵과 울산의 4월 부진이 절묘하게 맞물려 팬들과 축구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물론 시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홍명보호’에서 김신욱의 비중은 크다. 김신욱도 4월의 침묵을 통해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의 스타일과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마음을 편히 먹으려 해도 어려웠다. 답답했고, 또 조급했다.”
3일에 1경기씩, 때로는 해외 원정까지 이어지는 살인적인 경기일정. 지친 몸도 문제였지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슬럼프는 더욱 무서웠다. 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노력이 전부였다. 팀 훈련과 개인 훈련을 하는 틈틈이 교회를 찾았다. 그렇게 내려놓자 얻을 수 있었다. 평안이 왔고, 잃은 듯하던 슛 감각도 되찾았다. 골대를 때린 수원전 프리킥을 되새기며 “10cm 더 안쪽으로 휘었어도…”란 탄식 대신, “(슛 느낌이 와서) 안도했다. 결국 내가 해결할, 또 해결될 문제”라며 미소를 지었다.
● 이제 오르막을 향해
한 고비를 넘긴 김신욱은 정말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다. 22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울산은 현재 2승1무2패(승점 7)로 조 3위다. 시드니와 가와사키가 나란히 승점 9로 1·2위에 올라있다. 울산으로선 클럽 한일전에서 승점 3을 확보하는 것이 예선 통과의 유일한 길이다. 느낌은 좋다. 지난달 12일 가와사키와의 홈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픈 속내도 있다. “내리막 뒤에 오르막도 있다. 당당히 개선하겠다. 가슴 아픈 이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선물을 안겨드리고 싶다.” 부활한 김신욱을 기대해본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