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황하는 칼날’이 여러 해석을 낳고 있는 3가지 키워드에 대한 의미를 전격 공개했다.
● 아버지 ‘상현’이 딸 ‘수진’의 처참한 모습 담긴 동영상 CD를 가져간 이유는?
영화 속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한 영화 속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동영상CD’다. 딸의 죽음 이후 무력하게 앉아 있던 ‘상현’에게 온 익명의 제보 문자. 문자 속 주소대로 찾아간 범인의 집에서 발견한 동영상CD에는 소년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수진’의 끔찍한 모습이 담겨 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가해자 소년 ‘철용’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 ‘상현’은 ‘수진’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CD를 가져간다. 이는 엔딩 크레딧 직전 화면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 대목에서 ‘상현’이 딸의 처참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CD를 왜 가져갔을까 하는 관객들의 궁금증이 생긴다. 이는 부정(父情)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처참한 딸의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 가해자 소년 ‘두식’의 행방을 ‘상현’에게 알려주는 익명의 제보자는 누구?
두 번째 키워드는 ‘문자’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원작 소설에서는 딸을 죽인 또 다른 공범을 쫓는 아버지의 추격을 ‘와카코’라는 펜션 여주인이 돕는다. 하지만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는 그러한 조력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홀로 외로운 추격을 감행하던 ‘상현’은 어딘지도 모르는 펜션을 찾아 헤매고 마침내 찾아낸 펜션에서 ‘두식’을 발견하지만, 경찰과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서 ‘두식’은 또 다시 종적을 감춘다. 가해자 소년을 놓쳐버린 절망감, 딸에 대한 미안함 등 모든 복합적인 감정과 싸우던 ‘상현’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두식’의 행방을 문자로 보낸다. 이 문자 제보는 무너져 가던 ‘상현’을 다시 일으킨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영화 속에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모든 것이 끝난 뒤 마지막에 이르러 형사 ‘억관’과 ‘현수’의 대사에서 발신자를 유추할 수 있다.
● 가해자 소년과 마주한 아버지 ‘상현’의 마지막 선택, 그 이유는?
세 번째 키워드는 바로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의 ‘상현’의 선택과 맞닿아 있는 ‘총알’이다. 관객들이 가장 분분한 의견과 각자의 해석들을 올리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마침내 딸을 죽인 공범 ‘두식’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상현’, 그리고 경찰과 몰려든 인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대치하게 되는 광장 장면에서 ‘상현’은 비로소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두식’을 죽이기 위해 가져온 엽총을 꺼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상현’,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상현’의 마지막 절규는 관객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이내 ‘상현’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모든 상황은 종료되지만, 관객들에게는 또 하나의 궁금증이 남는다. ‘상현’의 총에는 ‘총알’이 처음부터 들어있지 않았던 것. ‘자의냐, 타의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정호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총에 총알을 넣고 간다면 이 아버지는 ‘두식’을 정말 죽여버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총알을 빼고 간 것은 ‘상현’이 스스로를 거세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