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14일’ 이보영은 하지원에게 지지 않았다

입력 2014-04-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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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이 '기황후'라는 막강한 상대에도 불구하고 장르극의 재미를 지켰다.

지난 22일 종영한 '신의 선물-14일'은 딸이 유괴를 당해 살해를 당하기 14일 전으로 돌아간 김수현(이보영)과 그를 도와 자신의 형 기동주를 둘러싼 누명을 벗기게 되는 기동찬(조승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타임워프라는 신선한 소재와 최란 작가의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쓰리데이즈'와 함께 SBS 평일 드라마를 이끄는 대표적 장르극으로 호평을 받았다.

'신의 선물-14일'은 시청률만으로 평가하면 '기황후'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망한 드라마'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온전히 배우들의 덕택이다.


● 이보영, 모성애 연기로 보여준 대상 수상자의 가치

이보영은 2013년 초에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이후 줄곧 상승세를 탔다. 이 기세를 탄 그는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빅히트를 이끌어 냈고 지난해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보영이 다시 SBS와 손을 잡은 '신의 선물-14일'에서 보여줄 연기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커졌다. 과연 받은만큼 값을 치러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그러나 이보영은 '신의 선물-14일'에서 딸의 유괴를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강한 모성애를 지닌 여인으로 분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초창기 클럽의상을 소화한 것은 물론 구르고 깨지는 일종의 액션연기(?)가지 보여주며 '너목들' 속 이미지를 완벽히 지우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딸을 위해서라면 살인까지 감행하려는 모습과 샛별(김유빈)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약간의 광기를 드러내는 모습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며 타임워프를 소재로 삼은 이 드라마에 강한 현실감을 부여했다.




● 조승우-김태우-주호, 버릴 자가 없는 男배우들의 열연

'신의 선물-14일'은 다른 장르극들이 의문사에서 시작해 감탄사로 끝나는 것과는 달리 감탄사로 시작해 의문사로 끝난 드라마였다. 초반에 뿌려놓은 떡밥들이 어설프게 회수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

그럼에도 '신의 선물-14일'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든 건 김수현과 파트너십을 이룬 남자 배우들의 활약 때문이었다.

먼저 조승우는 이 작품에서 기동찬 역을 연기하며 샛별이 유괴사건을 둘러싼 실마리들을 풀어나가는 것은 물론 때로는 수현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또한 수현의 남편인 한지훈 역을 맡은 김태우는 극 초반 딸 샛별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빠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파렴치한으로 변모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샛별이 유괴의 강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지난 방송에서는 대통령의 아들인 김준서 역을 맡은 주호가 짧지만 강렬한 악인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무진사건의 범인인 헤파이스토스 문신을 지닌 인물로 기동찬의 형 동주(정은표)에게 죄를 덮어 씌운 것에 대해 전혀 뉘우침이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신의 선물-14일'은 분명 끝마무리가 좋았던 작품으로 평가하긴 힘들다. 극 초반의 탄탄했던 전개 때문에 높아진 반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부담스러웠던 탓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월화극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던 '기황후'를 상대로 이정도의 화제성을 몰고 다니기란 쉽지 않다. 이 작품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얼마만큼 드라마를 채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사진제공 │ 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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