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 스포츠동아DB
두산 양의지(27·사진)는 포커페이스다. 큰 표정변화가 없다. 항상 유유히 그라운드를 누빈다. 걷는 모습이 마치 사장님 같아서 ‘양 사장’이라고 불리곤 했다. 그랬던 그가 변했다. 느긋해 보이는 겉모습은 변함없지만 속으로 독기를 단단히 품었다.
양의지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쉼 없이 훈련했다. 특히 근력 운동에 힘 쏟으며 체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다.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기대에 못 미쳤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시즌 초부터 3할 중반대 타율(0.360)을 기록하며 9개 구단 포수 중 유일하게 타격 10걸 안(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홈런도 벌써 3개나 때려냈고 9타점을 쓸어 담았다. 20홈런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던 2010시즌의 향기가 물씬 난다.
변화의 시작은 달라진 마음가짐이었다. 양의지는 “아버지가 ‘요즘 들어 타석에서 세게 친다’고 좋아하신다”며 웃고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할대 타율이어도 안타 1개만 치면 만족했는데 올해는 다르다. 타석에서 욕심이 많이 난다. 한 경기라도 (안타를) 못 치면 화가 난다. 매 타석 악착같이 치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욕심을 부리고 있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포수는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를 잘 해야 한다”며 “그래도 그동안 꾸준히 경기에 나가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미트질부터 시작해 조금씩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양의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는 롯데 강민호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골든글러브도 받고 싶다. 만약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간다면 그보다 큰 영광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시즌을 잘 보내겠다는 마음뿐이다. 부상 없이 컨디션 관리를 잘 해서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문학|홍재현 기자 hong927@dong.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