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70억 대작 뮤지컬, 결국 소문난 잔치?

입력 2014-04-25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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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태양왕’에서 절대군주 루이14세를 연기하고 있는 안재욱(가운데). ‘태양왕’은 ‘노트르담드파리’, ‘십계’와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대작이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태양왕’에서 절대군주 루이14세를 연기하고 있는 안재욱(가운데). ‘태양왕’은 ‘노트르담드파리’, ‘십계’와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대작이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태양왕’에 무슨 일이?

프랑스 3대 뮤지컬, 70억 들여 국내 무대
음악은 명성 그대로…연출·구성은 ‘글쎄’

가성·두성 넘나드는 주인공 루이14세 역
안재욱·신성록 목소리론 역부족 평가도


있을 건 다 있다. 할 것도 다 한다. 보여줄 것도 다 보여준다. 제작비가 70억원이나 들어갔다니 돈도 쓸 만큼 썼다. 그런데 왜 좋은 소리를 못 듣고 있을까.

뮤지컬 ‘태양왕’이 요즘 공연계 최고의 화제다. 평이 좋지 않다. 뮤지컬 팬들은 물론 전문가, 언론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출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캐스팅에 허점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과연 태양왕에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태양왕이 공연되고 있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을 찾아가 공연을 관람했다.


● 구성의 부재…“기승전결의 ‘전’이 없다?”

1막을 보자 대략 ‘감’이 왔다. 태양왕은 들을 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첫 선을 보이지만 ‘노트르담드파리’, ‘십계’와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걸작이다. 십계 제작팀이 2년 동안 600만 유로(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작했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어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14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세 여인과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정치, 역사극이라기보다는 로맨스에 무게를 두었다는 얘기다. 2005년 프랑스에서 초연되었을 당시 관람객을 위한 특별버스를 운영했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8년 동안 태양왕을 관람한 관객은 17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태양왕의 음악을 다룬 OST 앨범은 150만장이나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뮤지컬 OST로서는 이례적으로 더블 플래티넘 디스크를 수상했다. 역시 음악은 좋았다. 태양왕의 대표넘버라 할 수 있는 ‘왕이 되리라’, 루이와 연인 마리가 거울의 방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부르는 ‘내 모든 것’과 같은 곡들은 태양왕이 지닌 음악의 매력을 확실하게 관객의 귀에 각인시킨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심심’하고 ‘밋밋’하다.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하다. 밀고 당기는 맛이 없다. 밑에서부터 동력을 부글부글 끌어올리다가 한 순간에 폭발시키는 대작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구성의 부재.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기승결’의 느낌이다.


● 배우들 집중력도 떨어져…“아직 기회는 있다”

2막도 1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악, 춤, 의상 심지어 애크러배틱까지 동원해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지만 두 가지가 부족했다. 첫째 구성의 치밀함이 부족해 극이 흐물거렸다. 둘째 전체적으로 중심이 없이 나열식으로 돌아가다 보니 배우들의 집중력도 떨어져 보였다. 작품에 대한 평이 좋지 않으니 사기저하의 문제도 있겠지만, 배우들이 캐릭터에 충분히 젖어들지 못한 느낌이었다. 일부 캐릭터들은 입체감 없이 평평한 2차원에 그쳤다.

주연배우들의 노래도 아쉽다. 루이14세는 안재욱과 신성록이 교대로 맡고 있다. 두 배우 모두 노래로 승부하는 배우들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래가 약한 배우들도 아니다. 가수로도 활동하는 안재욱은 정감있는 톤과 호소력이 뛰어난 스타일이며, 신성록은 남성적인 느낌을 강조한 힘찬 중저음에 강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루이14세의 넘버들은 고음은 물론 가성과 두성을 넘나들어야 하는 대목이 부지기수다. 국내에 이런 넘버를 자유롭게 소화해 낼만한 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두 배우가 버거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태양왕은 아직 갈 길이 먼 공연이다. 부족한 점들을 막이 올라가기 전에 눈치 챘으면 좋았겠지만 아직도 관객의 발걸음을 돌릴 기회는 있다. 전문가와 관객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알맞은 수정을 거치고, 공연이 진행되면서 배우들이 배역에 몰입해간다면 태양왕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모른다. 전 세계 170만 명을 열광시킨 진짜 태양왕을 ‘알현’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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