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종욱. 스포츠동아DB
‘현수야, 웃어. 괜찮아. 어차피 넌 제 자리를 찾을 거다.’
며칠 전 NC 이종욱(34·사진)은 두산 김현수(26)에게 문자를 보냈다. 시즌 초반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후배가 영 마음에 걸렸던 선배는 휴대전화를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머물러 있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모두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좀처럼 돌파구도 찾지 못했다. 성적에 관계없이 항상 ‘괜찮다’며 담담하던 그가 “좀 힘들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힘든 나날이었다.
힘들어하던 김현수에게 용기를 북돋워준 게 바로 코칭스태프의 믿음과 이종욱의 응원이었다. 김현수는 “아마도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나보다 더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기회를 줬는데 타석에서 아웃카운트만 늘리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나. 그래도 끝까지 ‘괜찮다’면서 말해주신 감독님, 코치님들 덕분에 민폐는 덜 끼치게 된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이)종욱이 형에게도 고맙다. 형이 표현을 잘 안하는 스타일인데 힘내라는 문자가 왔다. 제 자리를 찾아갈 거라는 형의 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종욱도 남을 돌아볼 만큼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중요한 순간 결승타와 결승득점을 올리며 몸값은 톡톡히 하고 있지만 프리에이전트(FA)를 통해 NC로 둥지를 옮긴 만큼 적잖은 부담감을 안고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한 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고,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의 부진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비록 유니폼은 다르지만 야구로 이어진 선후배의 우정은 여전히 끈끈했다.
마산|홍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