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복수·대결…안방극장 터프해졌다

입력 2014-04-2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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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방극장을 강타했던 여배우의 기세가 줄었다. 대신 ‘너희들은 포위됐다’ 이승기· ‘빅맨’ 강지환·‘트라이앵글’ 김재중·‘개과천선’ 김명민·‘갑동이’ 윤상현이 남자들의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채운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SBS·KBS미디어·태원엔터테인먼트·MBC·CJ E&M

■ TV드라마 ‘여풍 실종’ 새 풍속도

스릴러·미스터리 등 남성적 장르 유행
사회 문제 관심 높아져 관련 소재 부각
멜로·가족 드라마 피로감 누적도 원인


안방극장이 달라졌다. 스릴러, 미스터리 등 이른바 ‘추리의 두뇌게임’으로 흥미를 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기존에 흔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지난해까지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여풍(女風)’이 식었다는 점이다. 대신 남자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자주인공들의 분량은 확연히 줄어들었고, 반대로 남자주인공들의 출연 빈도와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 ‘놈·놈·놈 이야기’ 대거 방송

현재 방송 중이거나 5월 초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남자배우들이 공동 주연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물론 모두 여자주인공이 등장하지만 남자주인공들보다 그 비중은 높지 않다.

대통령 암살 음모에 맞서는 경호원의 이야기를 그리는 SBS ‘쓰리데이즈’는 박유천과 손현주가 인기를 끌고 있고, 이종석·박해진 주연의 ‘닥터 이방인’은 두 천재 의사에 관한 드라마로 다음달 5일 방송을 앞두고 있다. 5월7일부터 방송하는 ‘너희들은 포위됐다’도 차승원과 이승기가 주연해 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의 활약상을 담는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골든크로스’도 음모에 휘말린 한 남자의 복수극을 김강우와 정보석이 호흡을 맞춰 펼치고 있다. 강지환과 최다니엘은 28일부터 방송한 ‘빅맨’에서 대결구도를 형성한다. 고아로 자라 밑바닥 인생을 살던 남자가 한순간에 재벌그룹 장남이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MBC도 평일 밤 주요 드라마에 남자주인공을 대거 내세웠다. 김명민과 김상중은 30일부터 ‘개과천선’에서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다. 다음달 5일 첫 방송하는 ‘트라이앵글’에서는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 등이 진한 형제애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갑동이’도 성동일, 윤상현, 이준 등의 연기 호흡으로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 “멜로 및 가족드라마 피곤…선 굵은 서사에 대한 관심”

이처럼 올해 안방극장에서 유독 남성 캐릭터를 위주로 한 드라마가 대거 방송되는 것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멜로드라마나 가족드라마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주요 드라마의 시청층이 30∼40대 주부에 한정되면서 로맨틱 코미디나 팩션 사극 등이 주로 만들어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추리 드라마 등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멜로에 기대지 않고도 여성뿐 아니라 남성 시청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들의 대립구도 등으로 다이내믹한 장면을 연출하거나 극적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들이 잇따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남성성을 내세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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