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조만간 미국행…메이저리그 공부하고 오겠다”
LG 김기태(사진) 감독은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나타났다. 하늘색 재킷에 캐주얼한 차림이었다. 김 감독은 “정장 차림으로 나올까 했는데 감독 취임식 때 입었던 옷이더라. (작별 모임인데)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LG 감독’에서 ‘자연인 김기태’로 신분이 바뀌었음을 그 스스로 보여주려 하는 듯했다.
김 감독은 28일 출입기자단 오찬자리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이제부터 켜둡니다”라고 말했다. 자진사퇴 이후 두문불출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곧바로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다. 김 감독은 “원래 꼭 답문을 보내는데 이제부터라도 (밀린 문자에 답을)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선수들한테 문자가 왔을 때면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받을 때마다 마음이 찡하다”고 말했다.
잠행의 시간, 김 감독은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신변정리를 위한 김기태 스타일의 ‘마무리’였다. 27일 밤에도 조계현 감독대행 등 LG 코치진과 마지막 회포를 풀었다.
김 감독은 조만간 미국에 있는 부인과 아들을 만나러 출국한다. 김 감독은 “미국비자는 더 있고 싶어도 3개월밖에 체류허가가 안 난다”면서 기나긴 이별이 아닐 것임을 암시했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공부도 하고, 내공을 쌓겠다”고 말했다. 현역 은퇴 이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코치로 일하다 LG로 들어와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김 감독이 야구 인생에서 첫 ‘방학’을 맞은 셈이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쯤이면 ‘김 감독을 원하는 곳이 많지 않겠느냐’는 시선에 김 감독은 부담을 가지는 듯했다. 김 감독은 “LG야구 보러 야구장에 꼭 들르겠다”고만 말했다. “내가 없더라도 우리 선수들은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그나저나 나는 엔트리에서 언제 빠지나?”라고 웃으며 물었다. 그러나 LG는 당분간 김 감독을 1군 엔트리에 계속 둘 예정이다. LG는 아직도 김 감독의 복귀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 않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