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바이 미] 활동중단 위기때 손 잡아준 매니저…연예대상 김준호 “박기봉, 고맙다”

입력 2014-04-3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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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준호. 동아닷컴DB

수없이 명멸하는 스타들. 그 곁에서 그림자처럼 묵묵히 발걸음을 함께하는 매니저. 부침 많은 연예계에서 스타와 매니저는 때로 관계의 어긋남으로 인해 상처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여기, 오랜 세월 마치 친형제 혹은 세상 둘도 없는 친구처럼 서로를 보듬는 스타와 매니저들이 있다. 스포츠동아가 그들의 깊은 우정과 두터운 인연에 얽힌 뒷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 겪은 애환을 매주 수요일 담는다.


■ 개그맨 김준호와 박기봉 팀장

개그맨들이 대형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 활동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각개전투’ 식으로 활동하던 개그맨들이 소속사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은 2000년대 초반. 당시 개그맨 박승대가 대표를 맡은 ‘스마일매니아’와 ‘옥동자’ 정종철 중심의 ‘갈갈이 패밀리’,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을 영입한 DY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인 개그맨 전문 매니지먼트사였다.

현재 40여 명의 개그맨이 소속된 코코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고 있는 김준호도 당시 개그맨 양원경이 대표로 있던 YK패밀리 소속이었다. 10년 넘게 동고동락해온 매니저 박기봉 팀장과의 인연도 이 곳에서 시작됐다.

2003년 개그맨과 ‘막내 매니저’로 만난 두 사람은 김준호가 2006년 MBC 드라마 ‘얼마나 좋길래’로 연기활동을 시작하면서 파트너가 됐다. ‘전담 매니저’로 시작된 인연은 시간이 흘러 현재는 ‘대표’와 ‘팀장’ 사이가 됐다.

두 사람 사이에 위기가 있었다. 김준호가 2009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방송활동을 중단하면서 금전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김준호를 보면서 “내가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 팀장은 ‘이 사람이 살아야 나도 산다’는 공동체 의식으로 김준호의 손을 잡았다.

자숙 후 조심스럽게 방송복귀를 앞두고 지방행사를 다녀오던 어느날, 김준호가 얼마 되지 않는 출연료를 박 팀장 손에 슬며시 쥐어줬다. 두 사람 모두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였지만, 김준호는 자신보다 먼 길을 동행하며 고생을 마다지 않는 매니저를 먼저 챙겼다.

그보다 앞선 2007년, 박 팀장이 매니저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반 년가량을 캐나다에서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다른 직업을 찾아 전전긍긍할 하던 어느 늦은 밤, 박팀장은 김준호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술이 잔뜩 취한 김준호는 “뭐하냐?” 물었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말에 김준호는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시끄럽고, 일단 나와라.”

두 사람은 서로가 힘든 순간 곁을 떠나지 않고 손을 잡아준 존재가 됐다. 개그맨과 매니저의 사이를 뛰어 넘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는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김준호가 박 팀장 결혼식 제반비용을 챙겨준 일화는 유명하다. 2013년 12월21일, 김준호는 ‘개그콘서트’ 주축 멤버로는 10년 만에 KBS 연예대상을 거머쥐었다. 박 팀장은 시련을 딛고 일어선 김준호의 재기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김준호가 수상소감을 외쳤다. “박기봉, 고맙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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