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역사왜곡 편견 깨고 재미있는 드라마 된 이유

입력 2014-04-3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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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가 초반의 역사왜곡 논란을 딛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50회까지 줄곧 1위를 지키며 흔들리던 드라마왕국 MBC의 자존심을 지켰다.

'기황후'는 고려의 공녀로 원나라에 끌려 온 한 여인이 역경을 딛고 원나라의 황후로 올라서는 과정을 담은 일대기로 초반 적지 않은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역사 속 기황후는 원나라의 패망을 앞당긴 인물이자 고려에 끊임없이 내정간섭을 해 온 인물인 데다 주진모가 맡은 왕유가 초창기에는 고려 역사도 포기한 충혜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송 전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시청자에게 심어주며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드라마 '기황후'는 매력적인 악역들과 선악을 오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연달아 선보이고 기승냥(하지원)이 정적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역사왜곡 드라마가 아닌 '재미있는 드라마'로 남는데 성공했다.


●하지원, 남장여자에서 표독스런 정치가로


이런 '기황후'의 성공 뒤에는 타이틀롤인 하지원의 공이 있다. 그는 극 초반 꽃미남을 연상시키는 남장여자로 분해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갈고 닦은 액션연기를 마음껏 보여줬다.

또한, 왕유(주진모)에 대한 일편단심 순애보와 함께 타환(지창욱)과 묘한 관계를 형성해 가는 미묘한 과정을 훌륭히 연기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하지원은 원나라의 공녀로 끌려와 뛰어난 기지와 재능으로 타나실리(백진희), 연철(전국환), 바얀(임주은) 등을 비롯한 만만치 않은 적들을 물리치며 천둥 벌거숭이 승냥이에서 정치가 기황후로 성장했다.


●지창욱,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황제


하지원이 '기황후'에서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동안 그의 손을 잡고 함께 변화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상대역인 황제 타환이다.

지창욱은 극 초반에는 연철의 기에 눌려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는 유약한 황제로 분해 자신의 뜻대로 정치를 펼치지 못하는 울분을 내면으로 삼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뿐만 아니라 승냥이 여자임을 알게 된 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모의 정을 드러내고 왕유를 질투하는 등 끊임없이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황궁에서 유일하게 인간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창욱은 시간이 흐를수록 예상을 뛰어넘는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자신이 허수아비 황제였던 시절의 콤플렉스와 왕유의 존재를 과도하게 의식하면서 광기로 채워지는 타환의 변화가 지창욱을 통해 힘을 얻었다.

결국 타환은 마지막에 가서야 승냥의 사랑을 얻는 불쌍한 황제였을망정 지창욱은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굳은 신뢰를 얻어냈다.


● 김서형-백진희-전국환, 악역이라고 나 무시하냐?

'기황후'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끊임없이 악역이 공급됐다는 점이었다. 염병수 역의 정웅인, 당기세 역의 김정현은 극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비열한 연기를 마지막까지 이어가며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원나라 대승상 연철 역의 전국환은 서슬 퍼런 호통과 끝을 알 수 없는 계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하지원과 지창욱을 응원하게 했다. 악역이 해줘야 할 역할을 120% 해낸 셈이다.

여기에 황태후 역을 맡은 김서형은 전작에서 보여준 표독스런 면에 정치력까지 갖춰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악역연기를 선보였다. 연철이나 골타보다 진정한 최종 보스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하지원과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괴롭힌 타나실리 역의 백진희는 시트콤을 통해 정립한 순둥이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기황후'는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작을 했음에도 배우들의 열연 덕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부디 시청자들도 픽션으로 설정된 기황후의 내용보다는 이들의 연기력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사진|MBC 제공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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