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유독 공룡만 만나면 작아지는 영웅들…왜?

입력 2014-05-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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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선수들이 7일 목동 NC전에서 5-24의 기록적인 점수로 6회 강우콜드게임패를 당한 뒤 어두운 표정으로 덕아웃에 들어오고 있다. 넥센은 작년부터 천적 이재학은 물론이고 중대한 고비에서 번번이 NC에게 무너지며 힘을 못 쓰고 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넥센의 ‘NC 공포증’

지난해 상대전적 9승7패…번번이 발목잡혀
이재학 넥센전 방어율 1.33 천적 중의 천적
올 시즌도 NC 3연전 두번 모두 루징시리즈


이 정도면 ‘NC 공포증’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넥센은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올해도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누구도 넥센이 ‘강팀’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제아무리 잘 나가는 팀에도 ‘천적’은 있다. “그 팀만 만나면 이상하게 경기가 꼬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상대가 있다. 올해 넥센에게는 그 팀이 바로 NC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인정했다. “올 시즌 우리가 처음으로 위닝시리즈에 실패한 팀이 NC였다”며 “이상하게 NC만 만나면 힘든 게임을 한다”고 아쉬워했다.


● 지난해부터 시작된 ‘NC 그리고 이재학’ 공포

사실 넥센과 NC의 천적 관계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상대 전적은 9승7패로 넥센의 근소한 우세. 그러나 7패의 시점이 문제였다. NC는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던 넥센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9월 25일 목동 경기. 넥센의 강타선이 NC 선발 이재학에게 7이닝 무득점으로 틀어 막혔고, 팽팽한 0의 균형을 유지하던 9회초 노진혁에게 통한의 결승 솔로홈런을 맞고 0-1로 졌다. 10월 1일 마산 경기에서도 그랬다. 1승이 급했던 넥센은 또 다시 이재학을 공략하지 못해 2-6으로 패했다.

그만큼 NC, 특히 선발 이재학은 ‘천적 중의 천적’이었다. 지난 시즌을 방어율 2.88로 마쳤던 이재학은 넥센전 4경기에서 27이닝을 던져 4자책점(방어율 1.33)을 기록한 게 전부다. 10승 가운데 3승을 넥센전에서 챙겼고, 경기 평균 7이닝 가까이 던졌다.


● 올해 더 심해진 ‘NC 공포증’, 우승 위해 넘어야 할 산

올해도 첫 3연전부터 꼬였다. 지난달 6일 마산 경기가 분수령이었다. 염 감독과 넥센 관계자들이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패전이기도 하다. 첫 2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한 넥센은 위닝시리즈의 향방이 걸린 셋째 날 마침내 시즌 처음으로 이재학을 맞닥뜨렸다. 물론 이재학은 이날도 호투를 이어갔다. 그러나 넥센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재학에게 11타수 2안타(타율 0.182) 7삼진으로 꽁꽁 묶였던 박병호가 8회말 이재학을 상대로 동점 홈런을 터트리면서 넥센의 ‘이재학 징크스’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 점 앞선 채 시작한 9회말 불펜이 뼈아픈 역전을 허용하면서 3-4로 졌다. 다 잡은 경기를 눈앞에서 놓치면서 시즌 첫 루징시리즈. 이 경기의 여운은 결국 설욕을 벼르고 만난 홈 3연전까지 이어졌다. 6일 3-6 패배에 이어 7일 경기에선 무려 24점을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8일 승리했지만 시즌 12패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4패가 NC전에서 나온 셈. 우승을 노리는 넥센에게는 ‘NC 극복’이라는 달갑지 않은 과제가 생겼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NC와 순위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더 그렇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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