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김진희, ‘한국의 제니퍼 로렌스’를 꿈꾸다

입력 2014-05-1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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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진희.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급할 거 없잖아요. 게임을 할 때 임무를 끝내고 ‘미션 클리어’를 외치는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도 하나씩 이뤄가고 싶어요.”

신인답지 않은 여유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예 김진희(26)는 “앞에 주어진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가듯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4월 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신의선물-14일’로 연기의 맛을 보기 시작한 신예이지만 무작정 달리기보다 기회가 될 만한 도전의 무대를 신중하게 찾을 생각이다.

김진희는 2012년 개봉한 영화 ‘간첩’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 극 중 이름은 ‘미스 고’. 단역에 불과했다. 영화를 본 관객에게 인상을 남길 수조차 없었다. 그래도 이 영화는 김진희를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출발선이다.

“연기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확실히 없었다. 대학(서울예술대학교)에서 늘 연극 공연을 해서인지, 당장 데뷔해야한다는 절실함이 없었던 것 같다.”

김진희는 “대학 때만 해도 연기를 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동기와 후배들이 영화와 드라마 오디션에 응시할 때 그는 묵묵히 대학 연극 무대를 지켰다.

대학 졸업 작품을 하던 때였다. 유명 연극 연출자이자 김진희의 은사인 오태석 교수는 그에게 말했다. “너는 졸업하고 다른 일 할 생각 말고 연기를 업으로 해라.” 김진희의 결심이 선 건 이 말을 듣고서다.

김진희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얼굴을 알린 ‘신의 선물-14일’은 딸을 잃은 엄마 이보영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김진희는 유괴범으로 의심받는 이보영의 후배 작가 주민아를 연기했다. 드라마 중반, 긴장을 불어넣으며 시청률 상승에도 영향을 준 역할이다. 김진희는 오디션으로 그 배역을 따냈다.

“드라마가 끝났지만 요즘에도 샤워를 하다 문득 대사들이 생각나곤 한다. 그 때 왜 그렇게 못 했는지…. 아쉬움도 남고. 후회도 된다.”

김진희가 처음 연기자의 꿈을 가진 건 고등학교에 입학해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경기도 광주가 고향인 그의 학교에는 소극장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3년 내내 그 무대를 오르내렸다. 3학년 때는 청소년 연극제에서 2등상도 받았다.

“그 맘 때 광주에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공연이 있었다. 엄기준, 윤공주 씨가 주인공이었는데 극장에 관객은 딱 여섯 명 뿐이었다. 숨죽이면서 공연을 보는데 엄청난 충격이었다. 차원이 달랐다고 해야 할까. 나도 한 번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김진희는 요즘 여러 방송사를 찾아 드라마 오디션에 열중하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이다.

“마음을 열어두고 꾸준히 그리고 오래도록 연기하겠다”는 그는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꺼내며 “언젠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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