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 “순수함 잃지 않고 위안 주는 음악 할래요”

입력 2014-05-1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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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도 배우고 반항심도 생기는 초중학교 시절을 “몽골의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순수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는 악동뮤지션에게 ‘무공해음악’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위안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어쿠스틱 남매듀오 악동뮤지션 유기농 힐링음악 ‘PLAY’

연예인이 되고 달라진 점?
수현 “TV화면 보고 나도모르게 다이어트”
찬혁 “렌즈 없는 안경 이제 없으면 안돼요”

첫 앨범, 어색하고 부족한 면도 많지만
첫 마음만은 있는 그대로 담았어요∼


동생의 장점을 말해보라는 요구에 오빠는 쑥스러워 한다. 그런 오빠를 미소로 바라보며 동생은 “(내 장점이)뭐야? 뭘까…?” 묻는다. “집에선 때로 잔소리도 되지만, 밖에서는 제 부족함을 채워주는 부분이 많다”는 대답에 동생은 “오빠는 작곡을 잘 하고, 매너가 좋다. 싫은 척하면서도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 뭐든 다 해준다”고 말한다. 남매지만,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다정해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때 선교사 부모를 따라 몽골로 간 남매는 5년 동안 현지에서 살았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부모의 교육과 인터넷 강의 등으로 ‘홈 스쿨링’을 한 탓에 친구는 많지 않았다. 남매는 서로에게 외로움을 이겨내게 해준 가장 좋은 친구였다.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걸 힘들어하는 남매에게 억압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놀아보라’고 한 부모는 이들이 “기타치고 축구하며 마음껏 놀면서” 아름다운 감성을 갖게 해줬다. 오빠는 몽골의 초원과 자연을 보면서 ‘마음 가는대로’ 음악을 만들었고, 동생도 꾸밈없이 노래하면서 자연스레 예쁜 목소리를 다듬게 됐다. 양념 없는 ‘유기농 힐링 음악’의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은 그렇게 태어났다.

이찬혁(18)·수현(15) 남매의 악동뮤지션은 작년 SBS ‘K팝 스타’ 시즌2에서 우승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스스로도 “또래 친구들이 공부할 시간에 우린 딴 짓을 했다. 한국에 살면서 학원 다니고 음악도 학원에서 배웠다면 지금의 음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K팝 스타2’ 경연 중 선보인 자작곡 ‘다리 꼬지마’ ‘매력 있어’, 우승 후 발표한 싱글 ‘콩떡빙수’는 모두 국내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4월7일 발표한 첫 정규앨범 ‘플레이’는 타이틀곡 ‘200%’를 비롯해 수록곡 대부분이 10위권에 진입했다.

“바람은 있었지만,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감사했다. 기념으로 부모님과 소고기 사먹었다.”

첫 앨범 ‘플레이’는 악동뮤지션이 “나중에 커서 다시 들었을 때도, 음악을 처음 하던 때 ‘초심’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앨범이다. 그래서 이들의 첫 자작곡 ‘갤럭시’를 비롯해 “작곡을 시작한 초기 2년의 노래”가 담겨 있다.

“만들어 내고 보니까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만족한다. 첫 마음만은 잘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악동뮤지션.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은 첫 앨범이 나오고 음악방송에 출연하면서 가수가 됐다는 실감을 처음 했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의 동네 어른들도 ‘어이, 악동!’ 하고 알은체를 할 정도다.

“모든 게 신기하다. 다른 가수들 보니 눈에서 빛이 나고, 샤방샤방하고…. 우리도 방송용 의상을 입으면서 멋있게 변신했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다른 가수들 보니 더 멋지더라. 그래서 연예인인가보다.”

‘순수한 영혼’인 이들에게도 ‘연예인’이 되고 달라진 점이 있다. 이수현은 소속사에서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실제보다 더 통통하게 나오는 TV화면과 다른 걸그룹 멤버들의 자극으로” 살을 빼게 됐고, 지금은 ‘연예인 표준’에 맞추는 수준이 됐다. 이찬혁은 ‘K팝 스타2’에서 박진영의 권유로 쓴 ‘렌즈 없는 안경’이 이제 자신의 일부가 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던 날, 악동뮤지션은 해외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사고의 참상을 접하면서 남매는 너무 슬퍼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전 국민이 슬퍼하는 시기에 악동뮤지션의 노래 ‘200%’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다. 악동뮤지션은 자신의 노래가 위안이 된다는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도 순수함으로 노래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음악이 힐링이 된다면, 사람의 모든 감정에 다 어울리는 친구 같은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악동뮤지션’ 하면 ‘동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그렇지만 촌스럽지만은 않은 친근한 동네 아이들’ 같은 이미지를 갖고 싶다는 이들은 한국에 와서도 홈 스쿨링을 계속하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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