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홈런대명사’ 박병호, 중학교 때 이미 목동구장 넘겼다

입력 2014-05-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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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중학생 때 목동구장 담장을 훌쩍 넘기는 괴력을 자랑했다. 특히 올 시즌 14개의 홈런 평균 비거리가 122.5m에 달해 탁월한 거포임을 입증했다. 스포츠동아DB

■ 박병호 홈런은 뭐가 다른가

어릴 적부터 ‘거포 본능’ 고3 땐 4연타석 홈런
타고난 힘·스피드·순발력·스윙…잠재력 폭발
올 시즌만 벌써 14개째 홈런왕 경쟁 고속질주
평균 비거리 122.5m…힘으로 모든 타자 압도


“잘 맞으면 140m, 빗맞아도 120m는 날아가겠는데?”

2004년의 어느 날. 성남고의 한 3학년 타자가 프리 배팅에 한창이던 시간. 유심히 지켜보던 프로구단 스카우트들 가운데 누군가 농담을 섞어 이런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 박수를 치며 동조의 웃음을 보냈다. 눈앞의 고교생 선수가 보여주는 힘이 그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넥센 박병호(28). 그는 풀타임 세 번째 시즌인 2014년에도 변함없이 ‘홈런’의 대명사다. 아니, 더 확고한 ‘파워’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병호가 8일 목동 NC전에서 터트린 시즌 12호 홈런은 특히 그랬다. 방망이에 맞는 순간 총알같이 솟아 오른 타구는 목동구장 전광판을 넘어 상대 외야수들과 관중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이 홈런의 비거리는 당초 135m로 발표됐다가 곧 140m로 수정됐다. 야구 관계자들은 “정확한 거리를 잴 수 없지만, 150m라 해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평균 비거리 122.5m ‘압도적 힘’의 재미 일깨우다

유독 홈런이 많이 쏟아지고 있는 타고투저 시즌. 박병호는 그 한가운데서 홈런의 비거리가 상징하는 압도적 힘의 재미를 새삼 일깨워주는 선수다. 올해 프로야구 개막 후 한 개라도 홈런을 친 타자는 12일 현재 모두 78명. 이들 가운데 비거리 125m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는 절반가량인 40명뿐이다. 또 125m 이상 날아간 홈런을 두 개 이상 친 타자를 추리면 다시 절반인 19명으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커트라인’을 비거리 130m 이상으로 높이면 어떻게 될까. 기준을 통과한 선수는 KIA 필, 두산 김재환 김현수 칸투, 롯데 히메네스, 삼성 박석민, 넥센 강정호 박병호, 한화 김회성, LG 조쉬벨, NC 이호준 등 11명에 불과하다. 박병호는 이 쟁쟁한 명단 중에서도 발군이다. 140m짜리 장외포 외에도 5호와 9호가 130m, 3·4·8·10·14호가 125m로 기록됐다. 홈런 14개의 평균 비거리가 122.5m. 이 정도면 단순한 홈런 1위가 아니라 힘으로 모든 타자를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 중학교 때 이미 목동구장 넘긴 ‘될성부른 거포’

사실 박병호는 어린 시절부터 힘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박병호가 영남중 재학 시절에 이미 목동구장에서 홈런을 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며 “중학생이 홈런을 치는 일 자체가 보기 드문 데다, 목동에서 중학생 선수가 홈런을 친 건 1990년에 배명중 김동주(두산)가 목동구장 개장 첫 홈런을 친 이후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학창시절부터 이미 현재 넥센의 홈인 목동구장과 인상적인 인연을 맺었던 셈이다.

고교시절에는 더 폭발적이었다. 고3 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고교야구 최초의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박병호가 LG에 입단할 당시 LG 스카우트였던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당시 LG 어윤태 사장께서 스카우트팀에 내린 특명은 딱 하나였다. ‘잠실구장에서 4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를 뽑아보자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선택은 당연히 박병호였다”며 “고교 때 포수와 1루수를 겸업했는데, 그때도 타석에서 다른 고교생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느껴졌다. ‘제대로 맞으면 공이 쪼개지겠다’, ‘나올 건 홈런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 타고난 힘에 순발력·성실성·좋은 스윙 더해 잠재력 폭발

물론 박병호는 그때나 지금이나 ‘힘’만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다. 고교 시절에도 체격에 비해 스피드와 순발력이 좋은 선수로 통했다. 이 위원은 “체격 조건이 좋은 데다 거포형 선수들에게서 흔히 보일 수 있는 단점들도 거의 없으니 더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당시 박병호의 유일한 단점은 채 다듬어지지 않은 스윙. “바깥쪽에서 돌아 들어오는 스윙이라 바깥쪽 공을 우측으로 밀어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 위원은 “이제 박병호는 몸쪽·바깥쪽·한가운데를 가리지 않고 다 잘 치는 타자로 거듭났다. 그동안 좋은 스윙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넥센에 와서 빛을 발하면서 박병호의 장점들이 한꺼번에 다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타자들의 공습 사이에서 한국 거포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박병호. 그가 오랜 시간 품어 왔다 마침내 터트린 잠재력의 폭발이 더 거세고 더 값진 이유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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