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24세 괴물 거포, 77년만의 NL ‘트리플 크라운’ 해낼까?

입력 2014-05-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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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애미 지안카를로 스탠튼

타격에 있어서 ‘트리플 크라운’은 타율, 홈런, 타점에서 1위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아메리칸리그)의 미겔 카브레라는 역대 18번째로 타격 트리플 크라운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에서 타격 트리플 크라운이 나온 것은 193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조 메드윅이 마지막이다. 무려 76년이나 명맥이 끊겼던 내셔널리그에서 올 시즌 트리플 크라운이 나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마이애미 말린스의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24)이다.


스무살에 빅리거 되자마자 첫 홈런이 만루포
140m대 비거리에 타구 스피드 197km ‘괴력’
지난해 부상에 주춤…올시즌 홈런·타점 선두

2017년 FA 자격 획득…몸값 올리기 구슬땀
세인트루이스·보스턴 등은 벌써 물밑작업 중


● 완벽한 하드웨어

키 6피트6인치(198cm), 몸무게 240파운드(109kg)의 뛰어난 체격 조건을 지닌 스탠튼이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투수들이 위압감을 느낀다. 실투가 나올 경우 엄청난 파워가 실려진 타구는 펜스 너머로 까마득히 날아가기 일쑤다.

1989년 LA 인근 파노라마시티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시절 야구와 풋볼에서 스타로 군림했다.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명문 대학들의 스카우트 공세를 뿌리치고 2007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78번째로 자신을 선택한 플로리다 말린스와 입단 계약을 했다.

괴력의 장타를 앞세운 그에게 마이너리그 무대는 너무 좁았다. 그를 상대한 미시시피 브레이브스의 필 웰먼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탠튼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 15살짜리가 8살짜리 꼬마들 틈에 섞여 야구를 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2010년 5월 7일 몽고메리에서 열린 경기에서 스탠튼은 전광판을 넘기는 초대형 홈런포를 터뜨렸다. 비공식이지만 홈런 비거리가 500피트(152m)를 훨씬 넘긴 것으로 추산됐다.


● 약관의 나이에 데뷔하다

스탠튼이 마이너리그를 완전히 평정하자 말린스 구단은 2010년 6월 7일 그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시켰다. 당시 그의 나이는 20세 212일로 말린스 구단 역사상 에드가 렌테리아(19세 267일), 미겔 카브레라(20세 67일)에 이어 3번째로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로 승격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데뷔전부터 5타수3안타 2득점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스탠튼의 빅리그 첫 홈런은 6월 19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나왔다. 우완 강속구 투수 매트 가자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폭발시켜 호세 레예스(2003), 앤드루 존스(1997), 알렉스 로드리게스(1996)에 이어 만 21세가 되기 전 만루홈런을 터뜨린 네 번째 선수가 됐다.

빅리그 첫해 10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무려 22개의 홈런을 때린 스탠튼은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루키 올스타팀의 우익수로 뽑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친 홈런의 평균 비거리가 399.6피트(128m)나 됐다는 점이다. 또한 홈런 타구의 스피드는 무려 104.3마일(168km)로 빨랫줄 같은 라인 드라이브 타구로 아치를 그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괴력의 장타자

빅리그 2년째인 2011년에도 스탠튼의 홈런포는 더욱 불을 뿜었다. 150경기에 출전해 516타수에서 34개의 홈런을 뿜어내며 87타점을 기록했다. 그해 시티필드(142m), 내셔널스파크(139m), 쿠어스필드(145m), 선라이프스타디움(142m) 등 4곳에서 최장거리 홈런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12년 5월 22일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스탠튼은 당시 최고령 투수 제이미 모이어를 상대로 462피트(141m)짜리 대형 만루홈런을 뽑아냈는데 타구 스피드는 무려 122.4마일(197km)이나 나왔다. 이는 ESPN이 ‘홈런 트래커’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가장 빠르게 측정된 것이었다. 생애 첫 올스타로 선정된 스탠튼은 홈런 더비에도 출전하겠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올스타전 직전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올라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을 극복하고 후반기에도 맹타를 휘두른 스탠튼은 8월 18일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94피트(148m)짜리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009년 이후 메이저리그 최장거리 홈런이었다.

2012년 37개의 홈런을 친 스탠튼은 라이언 브론에 이어 내셔널리그 2위를 차지했다. 훗날 드러난 것이지만 약물 복용을 한 브론이 아니었다면 23살의 나이에 내셔널리그 홈런왕의 영예를 안을 뻔했다.


● 파워에 정교함까지 더하다

지난 시즌은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달이나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탓에 타율 0.249, 24홈런, 62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나마 6월 18일 경기에서 통산 99번째와 100번째 아치를 그려 메이저리그에서 9번째로 어린 나이에 100번째 홈런을 돌파한 주인공이 됐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지난해 연봉 53만7000달러(5억4000만원)를 받는데 그쳤던 스탠튼은 연봉조정을 통해 올 시즌에는 650만달러(65억원)로 껑충 뛰었다. 2017년에야 FA 자격을 얻게 되는 스탠튼은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말린스 구단과 장기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주가를 최대한 스스로 끌어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 노력의 결실은 2014시즌에 꽃을 피우고 있다. 28일(한국시간) 현재 15개의 홈런으로 내셔널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타점(49)에서는 2위인 LA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38)와 11개 차로 독주하고 있다.

문제는 타율이다. 스탠튼의 통산 타율은 0.270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정교함을 더해 0.316으로 선전하고 있다. 4할대를 넘던 툴로위츠키의 타율도 0.373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타격 3관왕의 꿈을 노려볼 만 하다. 볼넷도 29개를 얻었는데 그 중 무려 9개가 고의4구일 정도로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덕분에 출루율도 0.404로 내셔널리그 6위에 올라있다.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스탠튼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기 위한 몇몇 구단들의 물밑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 가장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구단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스탠튼이 앨버트 푸홀스에 뒤지지 않는 슬러거로 손색이 없다는 자체 평가로 가장 탄탄한 팜시스템에서 배출한 유망주를 앞세워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한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도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데이비드 오르티스를 대체할 적임자로 스탠튼을 꼽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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