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끝까지 간다’ 이선균 “‘아’하면 ‘어’하는 조진웅, 이런 게 호흡!”

입력 2014-05-31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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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은 ‘마초남’이다. 전작 ‘미스코리아’나 ‘파스타’ 등을 보면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달콤한 행동 뒤에는 상남자 기질과 허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로맨틱함이 더 부각이 됐을 뿐 언제나 그는 ‘상남자’였다. 그런데 이번에 로맨틱한 옷을 아예 벗었다. ‘끝까지 간다’를 통해 마초의 매력을 제대로 뿜어냈다. 아니 폭발시켰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한 순간의 실수로 위기에 처한 절체절명 형사 고건수 역을 맡았다. 이 남자는 정말 지지리도 복이 없다. 아내에겐 이혼 통보를 받았고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려는 순간 비리장부를 들키게 된다. 그걸 막으려 운전을 하던 중 사람까지 죽였다. ‘머피의 법칙’이 제대로 적용된 셈이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악연들을 촘촘히 풀어나가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이선균 역시 이런 시나리오에 마음이 끌려 흔쾌히 출연했다.

“이해준 감독에게 전화를 받고 이 시나리오를 봤어요. 몰입도 잘 되고 구성도 독특하고 단번에 쭉 읽었어요. 궁지에 몰렸지만 표현의 여지가 있는 이 인물을 꼭 해보고 싶었죠. 게다가 액션을 도전해 본 경험이 없어 더 끌렸어요. 또 투자가 되는지도 봤죠. 하하. 그것도 중요한 거니까.”

스크린서 이선균을 보는 내내 긴장감과 재미가 공존한다. 자기 차에 치인 사람을 완벽히 은폐하기 위해 그만 돌아가신 어머니의 관 뚜껑을 열어 시체를 함께 넣는다. 바깥에서 경비원의 발걸음 소리는 관객들을 긴장하게 하지만 동시에 이선균의 행동은 웃음이 나온다. 그의 손에 집히는 것은 모두 도구가 된다. 심지어 장난감까지 말이다. 그의 잔재주에 관객들은 웃고야 만다.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가장 신경을 쓴 점이죠. 긴장과 이완 조절을 잘 해야 했어요.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됨에도 감정의 줄타기를 끊임없이 했어요. 또 고건수가 어쩔 수 없이 나쁜 행동을 해서 비난 받아야 함에도 관객들에게 응원 받고 동정심을 유발시켜야 했죠.”

특히 고건수의 범죄를 유일하게 본 목격자 박창민(조진웅)과의 만남은 극의 긴장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개처럼 싸우자”고 약속했던 두 사람은 정말 살벌하게,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 악역 고건수와 또 다른 악역 박창민이 서로를 넘어뜨리려는 심리전과 육탄전을 맞먹는 몸의 부딪힘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넘어선 통쾌함마저 선사한다.

“거의 대본대로 간 것이 없었어요. 전날 대본을 두고 머리를 쥐어짜며 액션을 완성했어요. 특히 (조)진웅의 첫 장면은 7가지 버전이 있었죠. 진웅이가 때릴 때 차지게 맞아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뺨도 세차게 맞아보고, 머리도 맞아보고 여러 장면을 찍었어요. 총을 제 머리에 갖다 댄 것도 제 아이디어예요. 멀리서 그냥 총 들고 있으면 효과가 적을 것 같아서 차리에 내 머리에 겨눠보자고 의견을 제시했죠. 덕분에 그게 포스터 사진으로 나갔어요. 하하.”


이어 이선균은 함께 호흡했던 조진웅과 스태프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함께 머리를 굴려서 더 좋은 장면을 만들려는 합심이 강했다. 그래서 멍들고 갈비뼈에 실금이 가도 현장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한 살 터울인데 형 대접을 너~~무 해요. 하하. 일면식도 없었지만 그의 전작을 거의 다 봤어요. 볼 때마다 연기는 어찌나 잘하는지! 갑자기 같이 연기하면 비교될까 긴장도 되더라고요.”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리던 그는 갑자기 지방의 한 노래방에서 있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그는 “조진웅과 정말 ‘아’하며 ‘어’했던 호흡을 맞춘 것 같았다”고 그와의 호흡을 자랑했다.

“찍기 전날 모여서 가볍게 동선을 체크하고 저녁식사를 했어요. 그런데 (조)진웅이가 ‘건수 집에 들어가는 박창민이 가벼운 것 같다’며 ‘생각지 못한 등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건수 집 구조와 비슷한 노래방을 찾아 들어갔죠. 다행히 손님이 없어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노래방 복도를 이리저리 굴러다녔죠. 거기서 의견 일치를 보고 다음 날 촬영에 들어갔어요. 연습을 미리 해보니 촬영이 수월했어요. 이게 ‘호흡’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끝까지 간다’는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선균은 이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적이 있다. ‘옥희의 영화’로 2010년 제6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2012년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3대 영화제에 초청한 유일한 한국배우이기도 한다.

그는 “작품이 인정받은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선물 받은 일이다”라며 덤덤히 말했지만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배우로서도 이루기 쉬운 일이라고 하니 “그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운이 좋은 거죠. 홍상수 감독님과 베니스 영화제 폐막 때 가서 사람도 별로 없었어요. 나가서 별로 할 일도 없었고…. 하하. 그냥 홍 감독님과 MT 가는 기분이랄까? 같이 영화제 가면 밥통이랑 김치 가져가서 먹고 관광해요. (웃음)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사진 한 장을 안 남겼더라고요. 원래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해서…. 베를린에서 곰이랑 같이 찍은 것만 있어요. 사진 좀 찍어둘 걸.”

이선균을 향한 관심은 이제 아내 전혜진에게도 향하고 있다. 최근 ‘인간중독’에서 최중령(박혁권)의 아내로 나와 감초연기를 펼쳤고 ‘사도’, ‘허삼관 매혈기’ 등에 잇따라 출연을 해 화제를 모았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많은 분들이 좋게 보신 것 같아요. 그동안 아이 낳고 키우느라 연기를 할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여유가 생겼어요. 매력 있고 좋은 배우임을 알기에 할 몫이 있다면 했으면 좋겠어요. 배우 전혜진의 진가가 드러나도록! 하하. 아내가 연기를 마음껏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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