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경 “두 번째 우승은 기다림의 선물”

입력 2014-06-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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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경(SBI)은 1일 끝난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승으로 준우승 징크스를 털어내며 통산 2번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사진제공|KLPGA

허윤경(SBI)은 1일 끝난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승으로 준우승 징크스를 털어내며 통산 2번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사진제공|KLPGA

■ KLPGA 통산 2승 ‘고진감래의 결실’

“지난해 첫 승 후 곧바로 2승 할 줄 알아”
부담감에 되레 부진…조급한 마음 버려
E1채리티 오픈 우승 “이제부터가 시작”

“우승 하지 못했지만 급하지 않았다. 기다렸더니 큰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가장 사연이 많은 선수를 꼽으라면 허윤경(24·SBI)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데뷔해 준우승만 7번이다. 2012년에는 우승 없이 준우승만 4차례 차지해 ‘준우승 징크스’라는 반간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이처럼 숱한 눈물을 뿌렸던 허윤경이 1일 끝난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으로 통산 2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첫 우승만큼 기분 좋다”며 즐거워했다.

우승 다음날인 2일, 허윤경의 아침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달라진 건 없는데 너무 힘들었는지 다리가 무겁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달라진 게 없다는 말과 달리 전화기는 몸살을 앓았다. 계속되는 축하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쉴 틈이 없었다. 허윤경은 “어제(1일)는 잘 몰랐는데 계속 축하를 받으니 우승한 실감이 난다”며 웃었다.

시즌 초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허윤경은 4월 국내 개막전 때만 해도 불운에 시달렸다. 첫 대회를 앞두고는 손에 작은 화상까지 입었다. 골프채를 놓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때문에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성적도 저조했다.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 공동 42위,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공동 13위에 그쳤다. 이어진 KG이데일리 여자오픈에선 복통으로 기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18일 끝난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또 한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세영(21·미래에셋)과 연장 접전을 치렀지만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데뷔 이후 7번째 준우승이었다.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정력이 부족하다”, “정신력이 약하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럴수록 허윤경은 강해졌고, 여유를 가졌다. 예년 같았으면 조급해하면서 초조해 했을 텐데, 이번에는 달랐다. 허윤경은 “(우리투자증권 챔피언십 때) 연장전에서 졌지만 ‘조금만 더 보완하면 곧 기회가 오겠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했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오히려 골프를 더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KLPGA 투어에서 1승은 ‘운’, 2승은 ‘실력’이라고 말한다. 1승보다 2승을 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의미다. 허윤경도 이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첫 우승(지난해 5월 우리투자증권 챔피언십)을 하고 나면 곧바로 2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과 달랐다. 더 큰 부담이 찾아왔고 잡념도 많아졌다. 그런 것들이 우승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즌 개막 8경기 만에 2승의 ‘부담’을 털어냈다. 허윤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겠다”며 더 밝은 내일을 다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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