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올댓 베이스볼] 1번타자 전성시대…팀 운명을 가른다

입력 2014-06-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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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1번타자, 열 타자 안 부럽다?’ 두산 민병헌, 삼성 나바로, NC 박민우, 넥센 서건창(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이 출루면 출루, 타점이면 타점 등 만능 리드오프로서 역할을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잘 키운 1번타자, 열 타자 안 부럽다?’ 두산 민병헌, 삼성 나바로, NC 박민우, 넥센 서건창(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이 출루면 출루, 타점이면 타점 등 만능 리드오프로서 역할을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1번타자 성적과 후반기 팀 순위의 연관성

나바로 1번 출전 후 승률 89%…삼성 선두 견인
2년차 박민우 4할대 출루율…도루는 리그 최고
민병헌 OPS 1.014…홈런도 8개 ‘장타형 1번’
팀 성적 하위권 불구 LG 박용택 출루율 0.434
생애 첫 1번 SK 김강민, 48득점 리그 1위 활약

1번타자 전성시대다. 1위 삼성부터 최하위 LG까지 각 팀 1번타자의 활약이 눈부시다. 삼성은 나바로를 1번에 기용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2위 NC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 박민우가 공격의 활로를 연다. 3위 두산은 22연속경기안타 행진을 펼치고 있는 민병헌이 있고, 4위 넥센은 최다안타를 때리고 있는 서건창이 팀을 이끈다. 13연타석 출루를 기록한 롯데 정훈도 눈여겨볼 만하고 FA(프리에이전트)로 팀을 옮긴 이용규(한화)와 이대형(KIA)도 잘해주고 있다. LG 박용택, SK 김강민도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다.

올해는 전형적인 타고투저의 시즌이다. 롯데는 지난주 두산전에서 한 경기 팀 최다안타인 29안타 신기록을 세웠고, 15연속경기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두산의 팀타율은 3할을 훌쩍 넘었다. 여름은 감독들이 말하는 승부의 계절이다. 각 팀 1번타자들의 성적은 팀순위와도 밀접하게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


● 나바로…1번 출전 이후 삼성 25승1무3패

삼성 나바로는 4월 20일 NC전에서 처음 1번타자로 나섰다. 개막 이후 정형식, 김상수, 박한이를 1번으로 기용했지만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꺼내든 삼성의 4번째 카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나바로는 5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개막 이후 5승9패로 부진했던 삼성은 나바로를 1번으로 기용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나바로가 1번으로 출전한 29경기에서 25승1무3패를 기록했다. 무려 89%가 넘는 승률이다. 나바로는 2일 현재 타율 0.305, 33득점, 7홈런, 2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 0.409에 득점권타율은 0.389나 된다. 배영섭의 군입대로 걱정했던 삼성의 리드오프 고민은 나바로가 해결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능력도 뛰어난 그를 류중일 감독은 ‘복덩이’이라고 말한다.


● 박민우…도루 1위 신인왕 후보

NC 박민우는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1번타자다. 2일 현재 타율 0.305, 33득점, 21타점, 20도루의 훌륭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도루 부문 공동선두이고, 3루타 7개도 리그 1위다. 박민우를 높이 평가하는 건 그가 데뷔 2년차 선수라는 점이다. 경험 면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으로 4할대가 넘는 출루율(0.405)을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 주루센스와 도루능력은 리그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민우에게 6월은 도전의 계절이다. 1번타자로 경험하는 첫 번째 여름을 잘 극복한다면 신인왕도 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민병헌…22연속경기안타 행진

두산 민병헌은 OPS(출루율+장타율) 1.014의 1번타자다. 그의 성적은 한마디로 눈부시다. 타율 0.378(3위), 44득점(3위), 71안타(3위)에 44타점은 리그 2위다. 5월 5일 LG전부터 22연속경기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월 한 달 동안 무려 42안타를 기록할 만큼 타격감이 절정이다. 민병헌은 경찰청을 제대한 뒤 지난해 생애 첫 3할을 기록했다. 그의 타격은 특징이 있다. 길이 33인치, 무게 830g의 가장 짧고 가벼운 배트를 짧게 잡고 친다. 최대한 공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끌어들인 뒤 빠른 스윙과 강한 손목 힘으로 안타를 만든다. 몸쪽 공을 우익수 앞에 쳐낼 만큼 스윙궤도와 스피드가 좋다. 홈런을 8개나 때려 ‘장타치는 1번타자’라는 소리도 듣는다. 민병헌이 1번타자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그는 벌써 리그를 대표하는 1번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 서건창…타율-안타-도루-득점 부문 선두권

넥센 서건창은 5월 한 달 동안 무섭게 치고 달렸다. 5월 타율 0.419로 가장 높았고, 한 달 동안 39안타를 몰아쳤다. 현재 그는 홈런, 타점, 장타율을 뺀 공격 5개 부문에서 상위에 올라있다. 타율 0.379로 2위에 올라있고 77안타(1위), 20도루(1위), 44득점(3위), 출루율 0.438(7위)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은 1번타자 가운데 가장 높다. 2012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던 서건창은 올 시즌 한층 강해졌다. 타격왕과 최다안타, 도루왕을 한꺼번에 노려볼 수 있을 만큼 놀라운 페이스다. 홈런왕 박병호가 버티고 있는 넥센의 공격력은 리그 최강이다. 넥센 타선의 맨 앞에는 서건창이 있다.


● 정훈…13타석연속출루

롯데 정훈은 지난주 가장 뜨거웠던 타자다. 5월 30일부터 시작된 두산과의 3연전에서 그는 사흘 동안 13연타석 출루를 기록했다. 첫날 마지막 두 타석에서 안타를 때린 뒤 31일 안타 6개와 볼넷 1개를 추가했다. 1일 경기에서는 볼넷 2개와 2루타, 홈런으로 13연타석 출루로 종전 2003년 SK 이호준(현 NC)과 2007년 한화 크루즈가 작성한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14연타석 출루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정훈은 롯데가 고심 끝에 1번타자로 기용한 선수다. 타율 0.329, 출루율 0.428, 35득점, 27타점은 김시진 감독도 생각 못한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 이용규, 이대형…FA 성공사례 쓴다

FA로 팀을 옮긴 한화 이용규와 KIA 이대형도 잘해주고 있다. 어깨 수술로 4월에 주춤했던 이용규는 5월 들어 제 모습을 찾았다. 5월 타율 0.356을 기록했고, 24경기에서 19득점을 올렸다. 2일 현재 이용규는 타율 0.316, 출루율 0.424, 34득점을 기록 중이다. 왼쪽 어깨 상태가 좋아져 곧 수비까지 나서게 되면 공수에서 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대형도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다. 타율 0.298로 리드오프맨 가운데는 타율이 가장 낮은 편이다. 하지만 61안타, 34득점, 도루 10개를 기록하며 1번타자의 자리를 지켰다. 이대형은 지난 2년 동안 LG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했다. 그를 영입했을 때 성공 여부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그는 걱정을 기대로 변화시켜가고 있다.


● 박용택, 김강민…팀순위가 올라가야 할 텐데

LG 박용택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3할을 쳤다. 올해도 그는 타율 0.320으로 꾸준하다. 박병호(넥센) 다음으로 많은 37개의 볼넷을 얻었고 출루율도 0.434나 된다. 하지만 28득점은 리드오프맨 가운데 가장 적다. 중심타선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다. SK 김강민은 48득점으로 리그 1위다. 최정과 스캇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생애 처음 1번타자로 나선 그는 타율 0.317에 9홈런, 28타점, 14도루로 활약하고 있다. 박용택과 김강민의 활약에도 LG와 SK의 팀순위는 하위권에 멈춰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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