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서 탐내는 간판선수 대거 탈락, 동호인급 야구팀 서울대 선수 선발
대학야구연맹, 등록비 안낸 18개 학교 선수 선발 대상 제외
대한야구협회 “국가대표 인정 못해…태극마크도 사용 말라”
대학야구대표팀 선발에 잡음이 일고 있다.
스포츠동아 단독 취재결과 최근 실력이 아닌 돈 때문에 야구대표팀 선발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올해 출장기록이 거의 없는 선수가 선발되기도 했다. 이런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대학야구를 대표해 미국 대학대표팀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 출장기록 거의 없는 선수가 태극마크…정상급 선수들은 대거 탈락
최근 한국대학야구연맹은 8월 초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되는 한·미 대학야구 교류전 대표팀 선발을 완료했다. 2012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연수 성균관대학교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고 코칭스태프도 확정됐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스포츠동아가 확인한 24명의 대표팀 명단에는 많은 의문이 따른다. 올해 출장기록이 거의 없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또 기량 면에서 다른 선수들에 많이 뒤지는 ‘동호인급 야구팀’ 서울대 선수를 선발하기도 했다.
반대로 프로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뜨거운 대학 정상급 선수들은 대거 제외됐다. 대학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그래서 프로팀에서 가장 탐내는 동국대 4학년 이현석을 포함해 각 팀이 자랑하는 에이스와 간판선수들이 모두 빠져 있었다. 올해 열린 2014대학춘계리그와 제69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동국대는 단 1명의 대표선수도 없었다. 다른 대학야구 강팀들도 대표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확인결과 한국대학야구연맹은 전체 31개 대학 중 18개 팀을 대표팀 선발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나머지 13개 팀에서만 대표선수를 뽑았다.
● “등록비 안냈다고 대표팀 선발서 제외”…연맹 “정상적으로 선발”
한 대학야구팀 감독에게 속사정을 물었다. 그는 “연맹이(한국대학야구연맹) 최근 각 대학별로 등록비를 내라고 했다. 대학은 한 해 운영 예산이 다 정해져 있다. 최근 선수 정원을 줄이고 경비를 절감하는 학교들이 많다. 그래서 갑자기 사전에 편성되지 않은 등록비를 내지 못하는 학교가 있었다. 그러자 연맹이 대표팀 선발 대상에서 모두 제외시켰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감독은 매우 조심스럽게 “지도자로서 큰 회의를 느끼고 있다. ‘왜 우리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합니까?’라고 묻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부끄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한 대학 감독은 “대표팀은 모든 야구선수들의 큰 꿈이다. 프로에 진출하기 위한 좋은 디딤돌이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평생 남는 추억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비로 등록비를 대신 낸 감독도 있다. 선수들이 돈을 모아 내자고 하는 팀도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말했다.
한국대학야구연맹은 대한야구협회 산하 준가맹 단체로 2012년 출범했다. 현재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창원시 의창구)이 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부터 각 대학에 수백만 원의 등록비를 걷고 있다. 이미 각 대학에서 연맹에 각종 경비 등을 지원하고 있어 논란이 뒤따랐다. 학교 예산 등의 문제로 등록비를 내지 못한 학교가 다수 생겼고 한국대학야구연맹은 등록비을 내지 않은 대학엔 대표선수 선발 제외라는 비정상적인 카드를 택했다.
한국대학야구연맹 손석환 사무총장은 “선발위원회를 통해 정상적으로 대학대표팀을 선발했고 구성이 완료됐다. 미국 대학대표팀과 교류전이며 플로리다에서 대회를 치른다”고 말했다.
● 대한야구협회 “KOREA와 태극마크 다는 것 자제해 달라”
스포츠동아는 대한야구협회에 한국대학야구연맹이 선발한 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대한야구협회는 내부 논의를 거친 후 공식 입장을 공문을 통해 한국대학야구연맹에 전달했다. 대한야구협회 운영팀은 “국가대표팀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과 함께 깊은 유감을 전달했다. 한국대학야구연맹이 자체적으로 선발한 대학선발팀이지만 유니폼에 ‘KOREA'라는 국가명과 태극마크를 다는 것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