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식 벌떼축구에 운명을 건다

입력 2014-06-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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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 세인트 토마스 대학 운동장에서 펼쳐진 팀 훈련에서 세트피스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 브라질월드컵 D-9…한국형 축구의 완성도는?

강한 압박·공간 창출·측면 활용까지
獨 명문 도르트문트 팀 컬러 일맥상통
한국형 축구의 기초는 강철같은 체력
러시아와 첫판에 맞춰 생체시계 설정

축구대표팀 홍명보(45) 감독은 지난해 6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형 축구’로 2014브라질월드컵에 당당히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린 강호가 아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전술, 전략을 갖추겠다. 경쟁력 있는 색을 입히겠다”고 약속했다. 한국형 축구는 ▲탄탄한 수비 ▲강한 압박 ▲빠른 역습 ▲적절한 공간 활용 ▲유기적인 조직력 이 핵심이다. 그간 ‘홍명보호’는 이를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제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결전의 순간도 머지않았다. 한국형 축구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 홍명보호의 ‘벌떼 축구’ 가능할까?

지난해 8월 페루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홍명보 감독은 10일간의 독일 출장길에 올라 손흥민(레버쿠젠)-구자철-박주호(이상 마인츠) 등 분데스리가 3총사를 점검했다. 그런데 제자들과 미팅하는 틈틈이 홍 감독이 들른 곳이 있다. 분데스리가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홈경기였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찾았다. 노란 물결로 뒤덮인 도르트문트의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유가 있다. 도르트문트의 팀 컬러와 홍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전략·철학은 상당히 비슷하다. 홍명보호의 슬로건은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이다. ‘하나의 팀이 한 가지 정신으로 같은 목표를 향하자’는 홍 감독의 의지는 도르트문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벌떼 축구’로 불리는 도르트문트의 프레싱과 공간 개척, 측면을 활용한 전술은 강팀들이 즐비한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한국형 축구와 정확히 일치된다. 홍 감독은 2012런던올림픽 때도 한국형 축구를 기조로 사상 첫 동메달의 위업을 달성했다.


● 조금은 미약해 보이지만…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이 경기에서 홍명보호는 0-1로 졌다. 패배도 아쉬웠지만, 무기력한 경기력에 많은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홍명보 감독의 추구하는 한국형 축구의 핵심이 돼야 할 수비 조직이 여러 차례 무너졌다.

그러나 마냥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선 훈련의 특성을 살필 필요가 있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 앞서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국내훈련은 회복과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선수들의 합류 시점도 제각각이었다. 손발을 맞추고 세부 전술을 가다듬을 틈도 없었으니,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었다. 더욱이 대표팀의 컨디션이 100%가 되는 시점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다. 대표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는 체력강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형 축구의 기본은 체력의 완성이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남아공월드컵에 나선 ‘허정무호’는 오스트리아 전훈 기간 중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어진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선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강호들의 거센 견제를 뚫고 16강에 올랐다. 홍명보호의 ‘월드컵판 한국형 축구’는 10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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