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공격력 러시아보다 한수위
19살 자브 ‘알제리 메시’ 기억해둬!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를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6시. 호텔에 짐을 풀고 알제리의 평가전이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하기까지도 6시간 반이 더 걸렸다. 스위스 공항에서 두리를 기다리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두리 엄마 앞을 지나서 택시 승강장으로 나간 모양이다. 카펠로 감독도 상대방이 궁금하겠지.
월드컵에서 알제리가 우리와 같은 조에 속한 뒤 월드컵 예선, 네이션스컵, 친선경기 등 13경기를 챙겨봤다. 개인 기량은 유럽 수준급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데 어딘지 엉성한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난달 아르메니아전에서 드러난 알제리는 이전과 많이 달랐다. 짜임새가 생겼고, 조직력이 좋아진 게 눈에 보였다. 갑자기 팀이 달라진 것처럼 느껴져서 5일 루마니아전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알제리가 2-1로 승리했는데 깜짝 놀랐다. H조의 어떤 팀하고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1-4-1 혹은 4-2-3-1로 대형을 서는데 조직력과 화려한 공격력이 러시아보다 나아보였다. 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 야친 브라히미(그라나다), 힐렐 수다니(자그레브) 등 공격수들은 세계 수준의 수비들을 공략 가능한 능력을 가졌다. 양쪽 측면을 담당하는 페굴리와 수다니는 기술이 좋고, 빠르고, 돌파력이 있는 등 공격수의 조건을 고루 가춘 찬스메이커들이었다. 신예 압델무멘 자브(클럽 아프리칸)는 A매치 경력이 4경기밖에 없는 19살이지만 ‘알제리의 메시’라고 불릴 만했다.
알제리 중앙수비는 마지드 부게라(레퀴야)와 라이신 카다무로(마요르카), 에사이드 벨카렘(왓포드), 라피크 할리체(아카데미카 드 코임브라) 등 도전적으로 밀고나가는 스타일의 수비들로 짜여져 있다. 러시아 수비진영과 마찬가지로 우리로서는 뒤 공간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32살의 부게라는 부상이 잦은 편이었다. 제공권과 몸싸움이 능하지만 나이가 있어서 빠르지는 않다. 오른쪽 측면수비 메흐디 모스테파(아작시오)는 아주 평범한 선수다.
우리의 2번째 상대인 알제리는 수비보다는 공격 능력이 다양하고 화려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알제리의 팀 컨디션은 이상적으로 보였다. 아프리카 팀 중 90분을 이만큼 집중력 있게 뛰는 팀을 본 기억이 없다. 포지션마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선수들의 긴장감도 눈에 띄게 좋아진 것 같다.
이제 우리도 팀 컨디션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시기다. 10일 평가전은 지난 튀니지전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두 팀의 경기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긴장되면서도 재미있는 한 판이 될 것 같다.
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