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해설위원 이영표. 사진제공|KBS
독일-코끼리·거북이, 영국-불도그,
호주-캥거루, 브라질-카피바라 ‘실패’
축구팬 “이영표 3연속 적중” 신뢰
‘파울 후계자 찾기 쉽지 않네!’
2010독일월드컵 당시 전 세계 도박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족집게 문어’ 파울. 파울은 독일의 승리를 줄줄이 맞혀 세계적 영물로 부상했다. 당시 독일-스페인의 4강전에선 스페인의 승리를 점쳐 독일인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지만, 경기 결과는 파울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파울의 삶은 독일의 한 수족관에서 쓸쓸히 끝났지만, 여전히 파울의 전설적 신통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2014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파울처럼 예지력을 지녔다는 동물들이 세계 곳곳에서 대거 등장했다. 그러나 현재까진 별무신통이다. 파울의 후계자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 코끼리, 불도그, 팬더 모두 탈락!
브라질월드컵 개막 전부터 파울의 후계자는 누가 될지가 관심사였다. 독일에선 코끼리, 펭귄, 거북이를 내세웠다. 영국은 불도그, 호주는 캥거루, 스위스는 햄스터와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기니피그, 브라질은 애완용 쥐 카피바라를 선보였다. 원숭이, 물고기 등 다양한 동물을 내세운 일본은 예언동물 콘테스트를 열 정도로 ‘제2의 파울’에 집착했다.
브라질의 카피바라는 승패 외에 경기의 흐름까지 예측했다. 24일(한국시간) 열린 A조 카메룬-브라질전에 앞서 카피바라의 더딘 움직임은 경기가 시시하게 끝날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의 2골을 포함해 모두 5골(브라질 4골·카메룬 1골)이나 터지면서 경기는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다. 카피바라의 움직임을 믿은 사람들은 머쓱해 하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직까지 파울처럼 완벽한 예지력을 보여주는 동물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로 자기 나라의 동물이 대단하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답안지는 온통 가위표로 채워졌다.
● 진정한 파울의 후계자는 이영표 위원?
역시 동물보다 사람이 낫다. 먹이나 그날의 컨디션 등 주변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동물과 달리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뛰어난 예상 능력을 과시하며 높은 적중률을 기록했다. 축구팬들은 파울의 후계자로 순간적 ‘감’에 의존하는 동물들보다 머리로 움직이는 이 위원에게 한 표를 던졌다.
이 위원은 지난 대회 우승국인 ‘무적함대’ 스페인의 몰락을 점쳤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B조 1·2차전에서 네덜란드와 칠레에 잇달아 패해 일찌감치 탈락했다. 15일 벌어진 C조 코트디부아르-일본전 때는 교체 투입된 디디에 드로그바(갈라타사라이)의 활약에 힘입어 코트디부아르가 이긴다고 예상했다. 이 위원의 말대로 코트디부아르는 2-1로 역전승했다. 18일 H조 러시아-한국전을 앞두고는 이근호(상주)에 주목했다. 이근호는 멋지게 선제골을 터뜨렸다. 마술이라도 부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 위원의 예언은 23일 한국-알제리전에선 적중에 실패했다. 2-1로 한국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2-4 참패. 이날 한국은 전반에 3골을 내줬으나, 후반 손흥민과 구자철의 연속골로 반격했다. 그러나 ‘이영표 신도’들은 “적어도 후반전은 2-1 승리”라며 여전히 이 위원에게 강력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