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거나 Fun하거나] ‘끝까지 간다’, 영화로만 끝장 본 ‘좋은 예’

입력 2014-06-30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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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까지 간다’. 사진제공|AD406

입소문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5월 29일 개봉)가 28일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4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수상한 그녀’, ‘역린’에 이어 세 번째 300만 돌파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상하지 못한, 하지만 예상된 결과였다.

예상치 못한 이유는 이렇다. ‘끝까지 간다’가 개봉하기 전엔 ‘더티섹시’의 지존 류승룡의 액션영화 ‘표적’(4월 30일 개봉)과 현빈의 복귀작인 ‘역린’(4월 30일 개봉), 그리고 멜로의 거장 김대우 감독과 배우 송승헌 주연의 ‘인간중독’(5월 14일 개봉)이 대거 포진돼 있었고 개봉 뒤에는 장진 감독과 차승원의 ‘하이힐’, ‘영원한 오빠’ 장동건의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는 ‘우는 남자’가 당당하게 대기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끝까지 간다’의 이선균·조진웅 역시 ‘믿고 보는’ 배우들 중 하나지만 화려한 스타마케팅 전략에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작품의 힘과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걱정과 달리 영화가 개봉되면서 곧바로 전세가 역전됐다. 연기력에 대한 ‘신의 한 수’가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며 1000만 관객을 예상했던 ‘역린’(감독 이재균)은 드라마 PD의 한계라는 평과 400만 명의 관객도 못 채우고 쓸쓸한 어깨를 보였다. 관객들이 다가가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던 ‘하이힐’(감독 장진)과 100억이라는 스케일에 장동건과 김민희를 앞세워 결국 남은 것은 총알밖에 없었던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는 각각 34만 명, 60만 관객을 조금 웃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가져가야 했다.

그러나 ‘끝까지 간다’는 달랐다. 개봉 후, 단 한번도 상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었고 커다란 차이 없이 꾸준히 관객을 동원했다. 진작 손익분기점(160만 명)을 넘었고 5주 동안 간판이 극장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특히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엣지 오브 투모로우’,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등 거대한 자본력이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거센 공세에도 변함없는 흥행세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이러한 흥행은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가다 한 순간의 사람을 죽이는 일을 범한 형사 고건수(이선균)와 이를 목격한 악인 박창민(조진웅)의 쫓고 쫓기는 혈투를 그린 ‘끝까지 간다’는 독특한 발상에서 나온 탄탄한 이야기와 매끄러운 전개 그리고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배우들의 짜릿한 연기까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배우들과 연출가가 의기투합하여 캐릭터와 장면들의 디테일을 살려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 ‘재미’있는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다. 결국 영화의 재미는 입소문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관객들은 화려한 포장지가 아닌 안에 있는 내용물, 즉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러간다는 것이 ‘끝까지 간다’를 통해 입증된 셈이다.

이 영화의 흥행이 어디까지 갈 줄은 아무도 모른다. 거대로봇 ‘트랜스포머’는 시동을 걸며 흥행을 향해 빠르게 달려갈 것이며 여름방학을 맞아 신작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정우성 주연의 ‘신의 한 수’와 공포영화 ‘소녀괴담’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고 지성·주지훈·이광수 주연의 ‘좋은 친구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끝까지 간다’의 저력은 계속될 것 같다. ‘트랜스포머4’를 제외한 신작영화와 개봉영화가 엇비슷한 예매율로 경쟁하고 있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성적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또 자리를 내어주면 어떠랴. 영웅들과 로봇, 오빠들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값진 승리를 했으니 내려가도 진정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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