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부회장 “아시안컵까지 홍명보감독 체제로”

입력 2014-07-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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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재신임을 공식화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축구협회, 왜 감독 유임을 택했나?

1. 4년마다 되풀이 되는 감독경질 사태 극복
2. 월드컵 준비기간 부족…올림픽 성과 고려
3. 아시안컵이 당장 내년 1월 현실적 제약도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1무2패·조별리그 탈락)를 받아든 홍명보(45) 감독이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계속 잡는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허정무 부회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고, 홍 감독의 유임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6월 25일 축구협회와 2년 계약을 한 홍 감독은 이로써 남은 임기 1년을 모두 채울 수 있게 됐다. 잔여임기 가운데 남은 메이저대회는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다.

브라질월드컵에 선수단장으로 참가했던 허 부회장은 “축구협회는 이 상황이 홍 감독의 개인 사퇴로 매듭지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대표팀 수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한 명에게 몰아가는 건 아니라고 여겼다.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재신임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이날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을 교훈 삼아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다. 많은 분들의 비난과 질책을 달게 받아들여 우리 축구가 계속 전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왜 유임시켰나?

대표팀이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면 대개는 사령탑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다른 많은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한국축구는 그 정도가 특히 심했다. 외신에서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을 붙여줄 정도로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직은 힘든 자리였다. 역대로 월드컵 종료 후 대표팀 지휘봉을 계속 쥔 감독도 거의 없었다. 1986멕시코월드컵에 나섰던 김정남 감독(OB축구회장) 이후 홍명보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1986서울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을 이끌었다. 1990이탈리아월드컵(이회택)-1994미국월드컵(김호)-1998프랑스월드컵(차범근)-2002한일월드컵(거스 히딩크)-2006독일월드컵(딕 아드보카트)-2010남아공월드컵(허정무)이 끝난 뒤에는 대표팀 사령탑이 모두 물러났다.

축구협회는 무엇보다 4년마다 되풀이된 ‘감독 경질’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거 월드컵 이후 명예롭게 떠난 사령탑은 히딩크 감독(4강)과 허정무 부회장(16강)뿐이다. 2010남아공월드컵 이후에는 조광래 감독과 최강희 감독(전북 현대)에 이어 홍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이렇듯 거듭된 감독 교체 과정에서 홍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이다. 허 부회장은 “월드컵이란 큰 대회를 준비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1년이란 시간을 부여한 축구협회의 책임이 훨씬 무겁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홍명보’라는 한국축구의 큰 자산을 쉽게 사장시켜서도 안 된다는 정서가 유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선수로서도 가장 성공한 인물일뿐더러 지도자로서도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고 큰 성과를 거둔 한국축구의 대표 브랜드다. 2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동메달의 위업을 일군 이도 홍 감독이었다. 허 부회장은 “우리 축구사에 올림픽 동메달을 딴 건 홍 감독이 유일했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 실패했지만 ‘패배해본’ 사람이 승리할 줄도 안다. 이번 대회를 귀한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비판을 수용하면 훨씬 발전하는 지도자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임 결정하기까지

홍명보 감독은 6월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0-1 패)을 마친 뒤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 황보 위원장은 허정무 부회장에게 모든 상황을 보고했다.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표팀이 귀국한 6월 30일, 축구협회 집행부가 소집됐다. 유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지만, 지금처럼 어려울수록 홍 감독의 임기를 보장해 대표팀 발전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수립할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국축구가 우승을 갈구하는 아시안컵까지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현실적 제약도 유임 결정에 한 몫 했다. 홍 감독을 직접 선임한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의지도 분명했다. 정 회장은 홍 감독과 2차례 대면해 사퇴를 만류한 뒤 1일 유임을 최종 결정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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