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팀보다 강한 원팀 독일…티키타카 퇴장시킨 스리백

입력 2014-07-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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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하 해설위원의 브라질월드컵 결산

점유율 축구 무너뜨린 스리백 대유행 예감
수비조직력 중요성 일깨운 브라질의 몰락
11명 원팀 독일, 메시 원맨팀 아르헨 압도

철저한 분석 통한 전술 변화…성적과 직결
아시아 4개국 무승…곱씹어야 할 계기로

한 달간 70억 세계인의 축제로 펼쳐졌던 2014브라질월드컵이 14일(한국시간) 독일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은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조기 퇴장과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개최국 브라질의 몰락 등 시종일관 숱한 화제를 낳았다. 스포츠동아 박태하 해설위원의 눈을 통해 브라질월드컵을 결산해본다.


● ‘스리백’의 화려한 귀환

2010남아공월드컵 우승국 스페인에 5-1로 승리한 네덜란드, A조에서 홈팀 브라질과 0-0으로 비긴 멕시코,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브라질에 승부차기로 패한 칠레 등은 이번 대회에서 ‘스리(3)백’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한동안 공간 활용에 유리한 포(4)백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스리백이 이번 월드컵에서 다시 각광받았다. 여러 팀이 스리백을 중심으로 좌우 윙어를 수비라인까지 내려 파이브(5)백 형태로 안정적 수비를 구축하며 큰 효과를 봤다.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점유율 축구’, 즉 한동안 세계축구의 흐름을 주도한 ‘티키타카’를 무너뜨리기 위해 스리백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스리백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세계축구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 브라질의 몰락이 주는 교훈

브라질은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독일과의 4강전(1-7패), 네덜란드와의 3·4위전(0-3패)에서 무려 10골이나 내주며 붕괴됐다. 브라질은 공격에 익숙한 팀이다. 브라질의 창을 막기 위해 여러 나라가 고심했고, 이것이 이번 4강전과 3·4위전에서 ‘극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먼저 실점하면 경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선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정석이다. 브라질이 유능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도 4강전 이후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것을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의 부상 결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비 조직력의 와해 때문이다. 홈 어드밴티지에도 불구하고 몰락한 ‘삼바군단’을 통해 수비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 탄탄한 조직력 과시한 독일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컵을 되찾은 독일은 ‘팀 축구’가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입증했다. 독일은 브라질의 네이마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같은 불세출의 스타 없이도 11명의 선수들이 ‘팀’으로 움직일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앙헬 디 마리아(레알 마드리드)가 빠졌을 때 메시 혼자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음을 네덜란드와의 준결승에서 이미 드러냈다. 독일은 균형 잡힌 전술, 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한 조직력으로 결승까지 올라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전차군단’의 진일보한 축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향후 세계축구계의 주요 관심사일 듯하다.


● 빛을 발한 과감한 전술변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철저한 자기성찰과 함께 완벽한 상대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3위에 오른 네덜란드가 스리백을 위주로 하면서도 경기 흐름에 따라 과감히 포백으로 전환했듯 몇몇 팀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은 이번 대회에서 철저한 상대 분석을 밑바탕으로 과감한 전술변화를 꾀했고, 큰 성공도 거뒀다. 한국과 같은 조별리그 H조에 속했던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11명 선발출전선수 명단을 매 경기 크게 조정하며 깜짝 놀랄 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웬만한 믿음과 결단력 없이는 쉽게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용인술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실패는 여러모로 아쉽다. 한국의 주축 선수 대부분은 제대로 뛸 수 있는 경기력을 갖추지 못한 듯했다. 소속팀에서도 출장 기회가 적은 어린 선수들이 많아 큰 경기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 변방으로 전락한 아시아축구

일본은 벨기에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하는 등 인상적인 전력을 구축해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우승을 공언할 정도로 개막 이전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혹독한 시련을 맛봤다. 아시아 4개국이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12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고작 3무9패였다. 어느 팀도 1승을 챙기지 못했고,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팀들 가운데 ‘열심히 하지 않는 팀’은 없다. 팀으로서 어떻게 하나로 묶어야 할지, 그라운드 안에서 어떻게 잠재력을 폭발시켜야 할지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 일사분란하게 수비에 중심을 두다가 역습 상황에서 마무리까지 짓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등 중남미팀들의 모습을 배워야 아시아축구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듯하다.

정리|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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