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애덤 웨인라이트, 벌써 12승…생애 첫 사이영상에 도전

입력 2014-07-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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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NL 전반기 최고의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

마이너리그서 5년…인고의 세월 끝에
2005년 구원투수로 생애 첫 ML 입성
2007년부터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다승왕 2회 불구 사이영상과 인연 없어

2014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앞서 ‘내셔널리그의 선발투수는 누구일까’가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26)가 최고의 투수라는 점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전반기 성적으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애덤 웨인라이트(32)가 더 나았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오랜 기간 연애한 피앙세와 결혼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마운드에서는 낙차 큰 커브가 최대 무기라는 점도 동일하다. 무려 8인치(20.32cm)나 뚝 떨어지는 폭포수 커브를 앞세워 메이저리그 최고의 우완 투수로 우뚝 선 웨인라이트는 통산 세 번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노리는 커쇼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손색이 없다. 내셔널리그 사령탑을 맡은 마이크 매서니 감독(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16일(한국시간) 열린 올스타전에 웨인라이트를 낙점한 뒤 선발로 투입했다. 비록 올스타전에서 1이닝 3안타(1홈런) 2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전반기 최고의 투수라는 점은 틀림없다.


● 아버지 같은 형 트레이

1981년 조지아주 브룬스윅에서 태어난 웨인라이트의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부동산업에 종사했다. 이른바 ‘엄친아’였지만 그가 일곱 살 때 부모가 이혼을 했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남겨둔 채 홀로 플로리다로 이주했다. 이때부터 일곱 살 위의 형 트레이가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집 뒷마당에 함께 마운드를 만들어 어떻게 공을 던지는지 가르쳐줬다. 야구와 풋볼 선수로 활약한 웨인라이트는 다양한 교회 봉사 활동을 하며 사춘기를 보냈다.

고등학교 시절 시속 90마일(146km)이 넘는 강속구를 던졌고, 5할대 타율을 마크할 정도로 타격에도 재능을 보였다. 조지아텍과 같은 명문 대학은 체육 특기생과 더불어 뛰어난 학업 성적을 거둔 그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이처럼 모범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은 형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때문이었다. 형 트레이는 현재 애틀랜타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다.


● 고향팀 브레이브스에 지명되다

어린 시절부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팬이었던 웨인라이트는 200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9번째로 지명됐다. 그를 선택한 구단은 다름 아닌 브레이브스였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125만 달러의 사이닝보너스를 받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주 만에 마이너리그 루키 팀에서 기량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싱글A 메이콘 브레이브스에서 184개의 삼진을 잡아내 브루스 첸(캔자스시티 로열스)이 보유하고 있던 구단 기록을 깼다.

2002년 퓨처스올스타게임에 출전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과시했지만 꿈에도 그리던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입어 보지도 못하고 2003년 12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됐다. 브레이브스가 강타자 JD 드루와 유틸리티 맨 일라이 모레노를 영입하기 위해 그를 제이슨 마키, 레이 킹과 함께 카디널스로 보낸 것이다.


● 구원투수로 빅리그 입성

트리플A에서 뛰던 그가 메이저리그에 처음 합류한 것은 2005년 9월이었다. 이듬해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그는 마이너리그 5년 동안 선발로만 활약한 것과는 달리 불펜투수로 보직을 받았다. 5월 10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생애 첫 번째 승리를 따낸 웨인라이트는 그로부터 15일 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생애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5회초 빅리그 데뷔 후 첫 타석에서 노아 로우리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린 것. 데뷔 후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린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22번째 일이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사투를 벌이던 2006년 9월 카디널스 구단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마무리 투수 제이슨 이슬링하우젠이 엉덩이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한 것. 명장 토니 라루사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루키인 웨인라이트를 마무리로 낙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83승78패의 성적으로 힘겹게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쥔 카디널스는 포스트시즌에서 4세이브를 올린 웨인라이트의 눈부신 활약을 앞세워 통산 10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브랜든 인지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장면은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 임시 선발에서 카디널스 에이스로

2007년 에이스 크리스 카펜터가 팔꿈치 부상을 입어 시즌을 통째로 건너뛰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라루사 감독은 웨인라이트를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웨인라이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미 12승을 따낸 올 시즌까지 합쳐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통산 승수는 어느덧 111승이 됐다. 2009년과 2013년에는 각각 19승씩을 올려 내셔널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2010년에는 20승을 기록하고도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1승 차로 밀려 다승왕을 놓쳤다.

지금까지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4시즌이나 된다. 특히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2013년에는 정규시즌 241.2이닝, 포스트시즌 35이닝을 소화하며 철완을 과시했다. 완봉 2차례를 포함해 5번이나 완투를 해 이 부문 역시 리그 1위를 차지, 최고의 이닝이터임을 과시했다.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이영상

여섯 살 어린 커쇼가 이미 두 차례나 사이영상을 받은 것과는 달리 웨인라이트는 아직 단 한 차례도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 못했다. 2009년에는 가장 많은 1위 표를 얻고도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과 팀 동료 카펜터에 밀려 3위에 그쳤다. 2010년에는 만장일치를 차지한 할러데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2009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골드글로브에 입맞춤했지만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커쇼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꿈에도 그리던 사이영상을 충분히 노릴만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전반기에만 12승을 거둬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생애 두 번째로 20승 고지에 오를 전망이다. 방어율 부문에서는 1.83으로 선두인 커쇼를 0.05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 시즌 등판한 19경기 중 7실점을 한 자이언츠전과 6실점을 한 시카고 컵스 전을 제외한 나머지 17경기에서 내준 점수가 15점에 불과할 정도로 위력투를 선보이고 있다. 사이영상을 놓고 펼치는 웨인라이트와 커쇼의 불꽃 튀는 경쟁은 메이저리그 후반기 최고의 관심사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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