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훈 코치, 올스타전 은퇴 무대 잊지 못할 팬들 선물

입력 2014-07-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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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종훈 코치는 올스타전이 현역 인생의 마지막 경기였던 ‘행복한’ 선수였다. 장 코치는 2005년 올스타전에 특별초청선수로 참가해 뛰는 예우를 받았다. 스포츠동아DB

■ 2005년 올스타전서 은퇴한 전설의 홈런왕

팬들이 강력 요청해 특별선수로 초대
9회말 김재박 감독 돌연 날 대타투입
출전명단에 없는 것 알고 급처방한 것
후배들의 마지막 헹가래 지금도 감동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둬 동양인 최다승 투수가 된 박찬호는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2014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사상 최초로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여는 선수로 남게 됐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올스타전을 통해 팬들에게 은퇴 무대를 선보인 선수가 존재했다. 단 한 명. 바로 ‘전설의 홈런왕’ 장종훈(한화 코치)이다. 장 코치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통산 340홈런을 때려낸 장 코치는 1990∼1992년에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역대 최고의 거포 가운데 한 명이다. 1991년과 1992년 프로야구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고, 골든글러브도 무려 다섯 번이나 수상했다. 그런 선수가 2005년 6월 현역 은퇴를 선언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시 문학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특별초청선수 자격으로 초대했다.

장 코치는 “팬들이 강력하게 요청해서 가능했던 걸로 알고 있다. 경기 전에 모든 올스타들 앞에서 은퇴 행사도 치렀다”며 “하마터면 타석에는 못 설 뻔 했는데, 마지막 순간 내게도 기회가 왔다”고 회상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서군이 5-6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 여기서 포수 조인성(당시 LG)이 그대로 타석에 들어서 초구 볼을 골랐다. 이때 서군 김재박 감독(당시 현대)이 타임을 요청하고 장종훈을 대타로 투입했다. 특별초청선수인 장 코치가 올스타전 출전선수 명단에 없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타석에 선 장종훈은 정재훈(두산)의 2구째를 공략해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만약 조인성이 초구를 쳐서 경기가 끝났더라면, 올스타전의 대미를 장식한 홈런왕 장종훈의 마지막 타석은 보지 못할 뻔 했다.

후배들은 프로 생활의 마지막 스윙을 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장 코치에게 달려가 뜨거운 헹가래를 쳤다. 장 코치는 “마지막에 안타를 쳤다면 좋았겠지만, 그 순간도 진짜 감동적이었다. 헹가래가 끝나고 ‘아, 정말 무거우시네요’라며 껄껄 웃었던 홍성흔(두산)의 말도 여전히 생생하다”며 활짝 웃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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