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먼-박석민 케이스로 본 먹이사슬… 꿈에 볼까 두려운 그 이름 ‘천적’

입력 2014-07-24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쉐인 유먼은 좋은 투수다. 그러나 ‘천적’ 삼성 박석민만 만나면 한 없이 작아진다. 이처럼 서로 꼬리를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 관계로 형성된 야구계 천적관계에 울고 있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유먼-박석민 케이스로 본 먹이사슬

“기이한 폼, 대충 휘두르는 것 같은데 홈런을 친다
올해는 낮게 제구해 꼭 그를 이기고 싶다”
그러나 후반기 개막전 또 2홈런 허용
박석민 상대 통산 0.424·6홈런
한화 이태양, 박석민에 11타수 1안타 ‘꿩 잡는 매’
넥센 강정호는 이태양에 5할 타율

지난 3월 시범경기 때였다. 롯데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35)은 삼성 박석민(29)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당시 유먼은 박석민을 가장 까다로운 타자로 꼽은 뒤 “기이한 타격폼을 갖고 있다. 간혹 대충 스윙하는 것 같은데 그런 타격폼으로 홈런을 친다. 타격 전에도 기이한 행동을 해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 올해는 낮게 제구가 되도록 해서 꼭 이기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유먼은 지난해 박석민에게 홈런 2방을 포함해 피안타율이 0.467(15타수7안타)이었다.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접한 박석민은 시범경기 당시 “유먼이 날 왜 신경 쓰는지 모르겠다.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전해달라”며 너스레를 떨더니 “유먼이 나한테 더 이기려고 하다 컨트롤이 안 되고, 그래서 또 맞는 것이다. 나를 너무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며 웃었다.


● 유먼 잡는 박석민, 올해도 두려운 천적

그런데 유먼은 올해도 박석민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다. 22일 사직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5.1이닝 동안 4안타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는데, 4안타 중 2안타가 박석민에게 맞은 2점홈런 2방이었다. 결정타였다. 올 시즌 상대전적도 5타석 4타수 3안타 1볼넷 3타점. 복수를 잔뜩 벼른 유먼이었지만 올해도 천적관계 청산에 실패했다. 이로써 박석민은 유먼을 상대로 통산 타율 0.424(33타수 14안타), 6홈런, 14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유먼은 통산 피안타율에서는 두산 민병헌과 한화 고동진에게 12타수 7안타(피안타율 0.583)로 가장 좋지 않았지만, 박석민에게 당한 충격파가 더 큰 모양이다.


● 박석민 잡는 천적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천적

유먼에게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박석민이지만,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처럼 박석민도 꼼짝 못하는 천적 투수가 있다. 통산 10타수 이상 상대한 투수와 타자를 대상으로 기록을 뽑아보니 박석민은 한화 이태양에게 꼼짝을 하지 못했다. 통산 11타수 1안타(0.091)다. 올해도 8타수 1안타. 그나마 홈런 1개를 쳐서 체면치레를 했다. 이태양은 또 넥센 강정호만 보면 오금이 저린다. 강정호는 맞대결에서 11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그런 강정호도 한화 안영명과 LG 정찬헌에게는 통산 20타수 1안타(0.050)에 그치고 있다. 천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먹이사슬로 형성된다.


● 다승과 타율 10걸 선수의 천적

22일까지 다승 5위 이내의 투수를 상대로 통산성적을 기준으로 가장 잘 친 타자들을 뽑아봤다.(표참고) 넥센 밴 헤켄에게는 은퇴를 선언한 롯데 조성환이 13타수 7안타(0.538)로 가장 강한 천적이었고, 삼성 진갑용도 10타수 5안타(0.500)로 공략을 잘했다. 다승 2위이자 피안타율(0.222) 1위인 삼성 밴덴헐크는 넥센 강정호(12타수 6안타)와 SK 박정권(19타수 8안타)을 만나면 꼬리를 내렸다. KIA 양현종은 두산 홍성흔(39타수 19안타)이 두렵고, 삼성 장원삼은 한화 김태균(46타수 20안타)이 징그럽다.

반대로 22일까지 타격 5위에 든 타자에게 가장 강한 천적들도 뽑아봤다. 올 시즌 4할 타율을 노리는 SK 이재원은 삼성 배영수(11타수 1안타)를 만나면 꼬인다. 올해 그나마 첫 안타(4타수 1안타)를 뽑아내 한숨을 돌렸다. KIA 김주찬은 동료인 김진우에게 26타수 3안타(0.115)로 약했는데, 이젠 한솥밥을 먹게 돼 다행이다. 장원삼만 만나면 미소부터 흘리는 한화 김태균이지만 롯데 이정민(14타수 1안타)과 SK 박희수(12타수 1안타)를 만나면 인상부터 찌푸린다. 롯데 손아섭은 삼성 차우찬(16타수 1안타)만 보면 가위에 눌릴 지경이다.

야구는 상대성이다. 누군가에겐 강하지만, 누군가에겐 약하다. 프로야구는 이런 사연으로 얽히고설켜 더욱 흥미롭다. 누군가는 ‘도대체 저 투수 공을 어떻게 칠까‘를 고민하지만, 박석민이 유먼을 상대하는 것처럼 다른 타자에겐 입맛에 맞는 공일 수 있다. 야구는 기술싸움이기도 하지만 멘탈싸움이다. 성적이 쌓여 자신감이 되고, 자신감이 또 성적으로 쌓인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