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잘 안 먹히던 커브로 박병호 삼진 유도 성취감
시즌 10승까지…ML 스카우트들에 눈도장 쾅
“정말 행복했어요. 커브 하나 덕분에.”
SK 김광현(26·사진)은 자신의 말처럼 정말 행복해 보였다. 끊임없는 농담으로 주변을 웃게 했고, 스스로도 계속 웃음을 터트렸다. 하루 전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공을 던졌고, 그로 인해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맛보아서다. 게다가 그 장면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봤다. 올 시즌을 끝으로 빅리그 진출을 꿈꾸는 김광현에게는 일거양득의 하루였다.
김광현은 27일 문학 넥센전에 앞서 “행복한 하루였던 것 같다. 집에서 화면을 보면서 다시 한번 어떻게 던졌는지 살펴봤다”면서 “역시 투수는 잘 던지고 팀도 이기는 게 가장 기분 좋은 일 같다. 계속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26일 경기에서 올 시즌 최고의 구위를 뽐냈다. 특히 0-0으로 맞선 4회초 무사 만루에서 올 시즌 홈런 1·2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의 박병호와 강정호를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백미였다. 김광현은 “경기 전 선취점을 내주지 않는 게 목표였다. 게다가 상대 중심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면 흐름이 확 넘어 가게 된다. 그래서 꼭 잡고 싶었고, 집중해서 던졌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병호를 돌려세운 마지막 공은 ‘신의 한 수’였다. 직구 4개를 연이어 던진 뒤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 주무기인 슬라이더 대신 허를 찌르는 커브를 던져 박병호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김광현은 “포수 정상호 형의 사인이었다. 나도 처음에 형이 사인을 잘못 낸 줄 알았다. 나도 몰랐는데 타자는 오죽했겠느냐”며 “그동안 커브를 던져도 타자들의 배트가 안 나오고 볼이 되곤 했는데, 큰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해야 할 일은 많다. 하위권으로 처진 팀을 끌어 올려야 하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이끌어야 하며, 해외진출이라는 개인적인 목표도 이뤄야 한다. 그는 “앞으로 빠르게 승부하고 투구수를 줄여서 7∼8이닝 정도는 소화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그쪽(메이저리그)에서 원하는 투수가 되면 되지 않을까”라며 활짝 웃었다. 6년 전 베이징올림픽 한일전에서 힘차게 공을 뿌린 뒤 신나게 웃어 보였던, 그때 그 표정과 비슷했다.
문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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