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용병의 성패는 적응에 달려있다”

입력 2014-07-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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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선수 조기퇴출 시대지만 제 몫을 다해주며 팀에 효자노릇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NC의 외국인선수 찰리, 에릭, 웨버, 테임즈(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가 그들이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외국인선수 조기퇴출 시대지만 제 몫을 다해주며 팀에 효자노릇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NC의 외국인선수 찰리, 에릭, 웨버, 테임즈(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가 그들이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NC 용병농사 성공의 비결은?

이름값보다 기록 중심의 선발원칙 주효
김경문 감독 “팀 융화는 감독·선수의 몫”
덕아웃 영어 문구 등 적응·소통에 합심

용병 조기퇴출의 시대…4명 모두 건재


올 시즌 초만 해도 외국인타자들이 영입되면서 ‘외국인선수 전성시대’가 열린 듯 했지만 생명력이 길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짐을 싸는 용병들이 늘어나고 있다. SK는 루크 스캇, 조조 레이예스 2명을 떠나보냈고, 두산 크리스 볼스테드, 넥센 브랜든 나이트, KIA 데니스 홀튼, LG 조쉬벨 등이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NC는 퇴출 용병 한 명 없이 승승장구 중이다. 오히려 선발진을 구성하고 있는 찰리 쉬렉, 에릭 해커, 테드 웨버에 이어 1루를 책임지고 있는 에릭 테임즈까지 빼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3명 중 2명도 퇴출되는 상황에서 4명이나 용병농사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 화려한 경력이 아닌 진짜 기록

외국인투수를 데리고 올 때 흔히 거론되는 게 메이저리그 성적이다. 구단은 빅리그에서 출중한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한국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NC의 기준점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NC 김경문 감독은 외국인선수의 영입에 대해 “구단이 잘 뽑았다”며 공을 돌리고는 “찰리나 에릭, 웨버 모두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땅볼유도율 등이 좋았다”고 귀띔했다. 이뿐 아니다. 찰리와 웨버는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당 볼넷이 겨우 2.1개였다. 땅볼유도가 좋고 볼넷이 적다는 얘기는 이닝을 길게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NC는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하다고 판단해 긴 이닝을 던질 줄 아는 선발투수가 필요했고, 기준점을 이닝이터로 잡고 투수를 선발했던 것이다. 발탁은 성공이었다. 찰리가 9승5패, 에릭이 8승4패, 웨버가 6승4패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꾸준함과 긴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은 리그에서 단연 최고다.


● 용병 적응 위한 감독·선수의 노력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는 구단이 뽑는 것이다”며 “그러나 그 선수가 팀에 잘 융화될 수 있도록 돕는 건 감독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이어 “팀 분위기를 해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감독은 스타일을 존중해주고 믿고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 타국에 와서 야구를 하는 만큼 외롭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감독은 팀 선수들에게 외국인선수들을 잘 챙기라면서 독려한다. 소통도 중시한다. 일례로 NC 덕아웃에는 ‘Pound the zone(스트라이크존에 던져)’, ‘Put him away(타자 아웃을 시켜)’ ‘Get a double play(더블 플레이를 잡아)’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외국인선수와 영어로 얘기하면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자 NC 외국인선수들은 금세 마음을 열었다. 웨버의 경우도 NC와 잡음을 일으키며 떠난 아담 윌크와 친분이 있어 적응 문제를 우려했지만, 어느새 NC에 녹아들어 한국생활을 잘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웨버가 처음에는 안 좋은 인식으로 한국에 왔지만 이제는 한국식으로 90도 인사를 건넨다”며 웃고는 “외국인선수의 성패는 적응에 달려있다. 다행히 우리 선수들이 착해서 팀에 잘 어우러졌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산|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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