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유재학의 대표팀엔 ‘엔트으리’가 없다

입력 2014-07-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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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 스포츠동아DB

■ AG 앞두고 한국형농구 붐 일으킨 이유

1. 병역특례용 선발 아닌 대표팀의 방향성에 중점
2. 한국농구 현실적 한계 파악 수비농구 방향전환
3. 선수의 이름값 보다 ‘이길수 있는 팀’ 구성 총력

남자농구대표팀은 그동안 국민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국제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도 12년 전인 2002부산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중동국가에 밀려 아시아 내에서조차 중위권에 머무르는 시련을 겪었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선수들이 국가대표 차출을 꺼리는 등 한때 ‘미운오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부침을 겪은 한국남자농구는 이제 재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6년만에 월드컵 진출권 획득에 성공한 대표팀은 현재 8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2014 농구월드컵에서의 선전과 9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확고한 목표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재학(51·사진·모비스) 감독의 리더십과 운영방침은 선수 선발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던 축구, 야구대표팀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 한국농구의 현실 인지=신체조건이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농구 종목 특성상 아시아 국가의 한계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신체 조건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표팀은 각종 대회 때마다 선수들의 개인능력에 의존해 경기를 펼쳤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 감독은 달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처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한국 농구의 현실부터 직시했다. 신체적 조건을 거론하기 전에 개인기량 자체도 한국은 국제무대와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유 감독은 공격으로는 한국 농구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찌감치 수비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한 대학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유망선수들이 관심을 받을 때에도 수준 낮은 대학리그의 경쟁력을 꼬집는 동시에 이들을 대표팀에 합류시켜 대학리그가 아닌 국제무대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도록 독려했다.


● ‘의리·특혜’는 없다! 확실한 콘셉트만 있다!=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45) 전 감독과 최근 아시안게임야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류중일(49·삼성) 감독은 나란히 선수 구성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자신이 밝혔던 선수선발기준에 반하는 명단으로 대표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엔트으리’라는 웃지 못 할 수식어도 등장했다. 유 감독은 선수선발기준을 거론하는 대신 대표팀이 나아갈 방향부터 확실하게 제시했다. 감독선호선수와 병역특례는 애초부터 고려사항에 없었다. 종목 특성이 있지만, 축구와 야구에 시사하는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유 감독은 2010년 부임 당시부터 ‘올코트 프레스’라는 확실한 콘셉트 아래 전술에 맞는 선수를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연습게임을 통해 다양하게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선수의 이름값보다는 ‘이길 수 있는 팀’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유 감독이 대표팀에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있었던 데에는 사령탑으로서 갖는 연속성이 한 몫 한 것도 사실이다. 세계랭킹 19위의 강호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등 점차 완성체를 향해 가고 있는 ‘유재학호’의 행보는 진정한 ‘원 팀’의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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