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해적’ 김남길-손예진, 다시 만나니 좋지 아니한가

입력 2014-08-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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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어’ 이후 배우 김남길과 손예진이 다시 만났다. 진한 멜로도 로맨스도 아니다. 이들은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영화 ‘해적’으로 뭉쳤다. 김남길은 망가지고 손예진은 바다를 향해 고공 낙하를 한다.

‘해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의 격전을 그린 영화다. 김남길은 ‘해적’에서 산적 우두머리 장사정을 연기했다. 손예진이 맡은 여월은 모성애와 카리스마를 두루 지닌 해적의 여두목이다.

장사정과 여월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이들은 ‘썸’이라기 보다는 ‘쌈’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다. 장사정의 장난 어린 구애에도 여월은 ‘조선 철벽녀’다운 면모를 보인다. 그는 “네 놈 손모가지를 자르는 게 낫겠구나”라고 살벌한 경고도 서슴지 않는다.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이들의 로맨스가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애정신은 극 전체에서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영화는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장르답게 웃음과 액션 두 가지에 중심을 둔다. 캐스팅만 봐도 유해진 오달수 박철민 등 둘째라면 서러운 코미디 연기의 대가들이 총출동한다.

손예진은 지난달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다들 웃기려고 애쓰더라. 서로 재밌는 애드리브를 하려는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 중 상황이 주는 재미보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 덕분에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 더 많다. 명불허전. ‘믿고 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거침없는 액션도 눈을 사로잡는다. ‘배’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다양한 액션이 그려진다. 칼 두 자루를 회전으로 피하는 손예진의 액션은 ‘왜 이제야 액션을 했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장사정과 모흥갑(김태우)이 비를 맞으며 대결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이 신은 영화가 그저 ‘B급 유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물들이 벌이는 행동을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신으로 장사정이 후에 바다로 다시 향하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물론 이 영화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심각한 단점을 안고 있다. 조선시대에 후룸라이드를 타는 여월과 상어의 도움으로 바다로 떠나는 산적단 등 할 말을 잃게 하는 신이 여러번 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컴퓨터그래픽(CG)도 아쉬운 문제점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경쟁작 ‘명량’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무거운 ‘명량’과 달리 웃기는 것에 충실하기 때문. 여름날 한바탕 웃고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 데에 제격이다. 단, ‘캐리비안의 해적’의 스케일을 기대한다면 재미는 반감될 수 있다. 6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12세 관람가.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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