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이택근, 넥센 ‘타점공장’의 숨은 보석

입력 2014-08-09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한준-이택근(오른쪽). 스포츠동아DB

박병호, 강정호가 있다고 넥센 타선이 강한 것은 아니다. 중심이 강한 것은 타선에 필수적이지만 상하위타선의 유기적 연결이 가능해야 진짜 위압감을 줄 수 있다. 2014년 넥센 타선이 그렇다. 1번 서건창부터 6번 김민성까지 만만히 볼 타자가 없다. 염경엽 감독이 맞춤형으로 풀어가는 하위타선도 제 몫을 톡톡히 해줄 때가 많다. 이런 결과가 쌓이다보니 넥센은 ‘타점머신’들의 집합소가 되어가고 있다.

염 감독은 8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박병호와 강정호의 존재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한준과 이택근이 가려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한준은 7일까지 92경기에서 73타점을 올렸다.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삼성)과 타점 공동 6위이니 얼마나 가공할 활약을 펼쳤는지 알 수 있다. 유한준은 8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2타점을 추가해 시즌 75타점을 기록했다. 2010시즌 79타점을 올린 바 있는데 무난히 커리어하이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 감독은 “유한준이 3번에서 자리를 잡아주면서 타선 연결이 완성됐다”고 칭찬했다. 리드오프 서건창~2번 이택근 등 테이블 세터들이 기회를 만들면, 4번 박병호~5번 강정호가 해결할 수 있도록 연결해줄 타자가 절실했는데 유한준이 들어오며 퍼즐이 딱 맞은 셈이다.

게다가 유한준은 외야 전 포지션에 걸쳐 수비가 가능해 쓰임새가 더욱 요긴하다. 염 감독은 8일 두산전에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를 벤치에 앉히고, 유한준의 체력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로 쓰는 등, 배려를 해주고 있다.

또 한 명의 알짜인 ‘캡틴’ 이택근도 8일까지 66타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타점 페이스를 쌓아가고 있다. 이택근은 종전 3시즌(2006년, 2009년, 2013년)에 걸쳐 66타점을 올린 것이 최고였는데 올해는 벌써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넥센의 정신적 리더를 넘어서 이제 해결사 능력까지 겸비해가고 있다.

이미 8일까지 강정호가 89타점으로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박병호도 이날 시즌 35호 홈런을 포함해 4타점을 올리면서 시즌 80타점 고지에 올랐다. NC 테임즈(86타점)~나성범(82타점) 콤비와 더불어 최강의 타점 듀오다. 그러나 NC는 두 타자에 타점을 의존하고 있는데 비해 넥센은 유한준 이택근 김민성(59타점) 등이 포진해 있다. 심지어 리드오프 서건창도 47타점을 보태고 있다.

넥센이 밴 헤켄과 소사, 외국인투수 둘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선발진을 보유하지 못했음에도 정규시즌 2위를 달리며 창단 첫 우승 꿈을 꾸고 있다. 확실한 토종 선발은 없지만 막강한 토종 타선이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상식에 도전하고 있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