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빠진 임창용 뱀직구가…

입력 2014-08-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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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이재학(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빅3 팀, 숨기고 싶은 아킬레스건은?

삼성 블론세이브 8번 마무리 부진 고민
넥센 자리잡지 못한 3·4선발 찾기 여전
NC 영건들 PS 다가오자 경험부족 긴장

2014시즌도 끝이 보인다. 지금은 9이닝 경기로 바꿔보면 7회말, 8회초쯤이다. 삼성∼넥센∼NC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티켓을 확정했다. 빅3 팀의 감독들은 표정관리를 하면서 뒤로는 포스트시즌 구상을 시작했다. 시즌 때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가을야구 때는 팀의 운명을 뒤바꿀 중요한 변수, 아킬레스건을 놓고 생각이 많다.


● 완벽해 보이는 삼성의 고민…과연 임창용을 믿어도 될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7월 초반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 4번째 선발투수를 고민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보다 더 급한 문제가 생겼다. 임창용의 부진이다. 10일까지 기록한 8개의 구원실패(블론세이브)가 경고 사이렌을 울린 지 오래다. 후반기 초반 반짝하는가 싶었지만 다시 제자리다. 이제는 상대 타자들이 임창용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더 두렵다.

야구는 기세의 싸움이다. 베테랑 이승엽이 5월 21일 포항 경기에서 자신을 앞에 두고 롯데 벤치가 고의4구를 지시하자 이를 악물었던 이유였다. 속된 말로 한 번 호구 잡히면 다른 선수들도 이승엽을 그저 그런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승엽은 그 위기에서 장원준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자존심을 스스로 지켜냈다.

임창용에게도 그런 계기가 필요하다. 문제는 임창용의 모든 것인 ‘뱀직구’다. 한창 때에 비하면 공이 순해졌다. 뱀은 뱀이지만 야성(野性)이 가득한 뱀이 아니다. 정면돌파가 인되면 피해가는 피칭을 해야 하지만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어 진퇴양난이다. 임창용의 부활은 류중일 감독에게는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3시즌 연속(2011∼2013년) 통합우승을 했지만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예선탈락이라는 실패를 맛봤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필요하다. 임창용이 살아야 금메달이 가능하다. 누구도 못해본 4시즌 연속 통합우승도 임창용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임창용을 불펜투수로 돌리면 팀의 화합에 문제가 생긴다. 지금은 무조건 믿을 수밖에 없다. 1998년 현대 유니콘스 김재박 감독은 소방수 조 스트롱이 부진하자 소방수 없는 야구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았다. 류중일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까.


● 넥센 염경엽 감독의 고민…제3 선발은 누구?

넥센 염경엽 감독은 벤 헤켄, 헨리 소사의 뒤를 이을 3번째 선발투수를 찾고 있다. 시즌 끝까지 이 작업은 계속된다.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시한 전까지는 몇몇 팀과 트레이드 카드도 꺼내봤다. 박병호의 영입에 이은 또 한 번의 빅딜이 될 수도 있었지만 상대팀에서 거부했다. 결국 기존의 투수로 눈을 돌렸다. 금민철∼오재영∼문성현∼강윤구 가운데 누군가가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한때 후보로 떠올랐던 하영민은 2군에서 새로 시작할 예정이다.

포스트시즌 경험으로 봤을 때는 금민철 오재영이 매력적이지만 불안하다. 타자를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범타를 유도할 능력은 보여줘야 한다. 문성현과 강윤구는 들쭉날쭉한 컨트롤이 아쉽다.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스스로 무너지는 병을 치료해야 한다. 멘탈의 문제인지 기술의 문제인지는 코칭스태프가 잘 알 것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벤치에게 주는 신뢰감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한 선수는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한다.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불펜은 힘이 있다. 3강 가운데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6회까지 던져서 필승조에게 승리를 넘겨줄 선발투수다. 넥센의 제3, 제4 선발투수 찾기는 계속된다.


● 가을이 다가오자 신생팀의 한계가 보이는 NC…경험과 긴장 사이

한때 삼성을 따라잡을 유일한 팀처럼 보였던 NC였지만 9일까지 최근 4연패를 당했다. 후반기 들어 힘이 부친다. 외국인투수 3명과 이재학이라는 안정된 선발로테이션이 그동안 잘 버텨왔다. 후반기 들자 이재학의 공이 타자의 눈에 익숙해졌다. 팀을 위해 헌신하던 외국인투수 3총사도 이상한 행동을 한다. 장기계약을 해준 뒤부터 달라졌다는 말도 들린다. 손시헌이 부상으로 빠져 내야에 구멍까지 생겼다. 김경문 감독이 선수들을 다잡아야 할 시기가 됐다.

이럴 때 필요한 선수가 베테랑이다. 자신의 경험을 몸으로 보여주고 선수들을 다독거려야 한다. NC가 FA(프리에이전트)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던 이유다. 가을야구가 눈에 어른거리면서 부쩍 긴장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들이 익혀온 노하우를 전달해야 한다. 야구는 익숙함의 경기, 멘탈의 경기다. 지금 NC에 필요한 것은 경험과 멘탈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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