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양상문 감독 “임지섭, 내년에도 1군은 없다”

입력 2014-08-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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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2014년 1차지명 신인투수 임지섭은 프로 데뷔전이던 3월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승을 따내며 깜짝 스타가 됐다. 그러나 5월 이후부터 1군에서 찾아볼 수 없다. LG 양상문 감독은 내년까지 2군에서 임지섭을 확실하게 육성해 LG의 ‘15년 보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스포츠동아DB

■ LG 양상문 감독의 ‘슈퍼 루키 길들이기’

5월 28일 이후 공식경기 등판 무소식
“내년이라 정해 놓으면 서두르게 된다
팀의 미래…여유 갖고 투구폼 만들길”

임지섭(19)은 LG 팬들이 1군에서 다시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팀의 미래다. 3월 30일 고졸 신인으로 데뷔전(잠실 두산전)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깜짝 스타가 됐다. 팀이 애지중지 하는 1차지명 투수. 그러나 1군 마지막 등판은 4월 29일이다. 2군(퓨처스리그) 등판도 5월 28일 이후 없다.

몸에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식 경기에 등판하지 않고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임지섭은 1군 감독에게 “올해까지가 아니다. 내년에도 1군 등판은 없다고 생각하자”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LG 사령탑들에게서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양상문 감독의 파격적이면서 확고한 소신이다.

10일 임지섭은 모처럼 잠실구장을 찾았다. 3∼4월 1군에 있을 때와는 얼굴부터 몰라보게 달라졌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앳된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었다. 햇볕에 탄 얼굴과 다부진 체격에서 이제 신인의 수줍음보다는 프로 선수의 근성이 느껴졌다.

이날 임지섭은 마운드에 올라 양 감독과 코칭스태프 앞에서 라이브 피칭을 했다. 80개의 공을 던지며 그동안 1군과 2군 경기에 등판하지 않고 전력을 기울여온 새 투구폼을 선보였다.

양 감독은 “힘에만 의지하는 투구폼을 버리고 자신만의 완벽한 메커니즘을 갖도록 처음부터 다시 모든 걸 시작했다. 오늘 보니까 80% 정도 완성된 것 같다. 그러나 본인에게 ‘내년에도 1군 등판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자’고 했다”며 “임지섭은 LG에서 15년 이상 던져야 하는 투수다.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내년이라고 정해 놓으면 서두르게 된다. ‘여유를 갖고 완성해 나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망주를 1군 주축 선수로 키우는 방법은 2가지다. 1군에 데리고 있으면서 무조건 기회를 주며 참고 기다리는 방법과, 퓨처스리그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시키는 길이다.

양 감독은 2004년 롯데를 이끌 때 고졸 신인 장원준을 1군 33경기에 등판시켰다. 그해 3승8패, 1홀드, 방어율 5.63으로 좋지 않았지만 이듬해인 2005년에도 1군에서 계속 기회를 줬다.

임지섭에 대해서는 5월까지 1군 경기가 있는 날에도, 양 감독은 경기도 화성으로 갔다. 선발등판하는 임지섭의 경기를 직접 보고 잠실로 이동하는 등 많은 고심을 했다. “힘에 의존하다 보니 볼넷이 많다. 팔을 더 올리며 좋을 텐데…”라며 고민하면서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여년 LG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급함이었다. 프런트가 기다림 없이 계속 성적을 요구하며 FA(프리에이전트) 영입과 트레이드 등 외부 전력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팀을 키워가지 못한 감독들이 많았다. 이 와중에 외부로 유출된 유망주들이 각 포지션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아픔도 겪었다.

LG는 최근 4강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임지섭은 시속 150km를 던지는 왼손 투수다. 불펜 혹은 롱릴리프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감독이라면 당장 데려다 쓰고 싶은 유혹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임지섭이 앞으로 15년 동안 LG 마운드를 책임질 주축 투수로 성장해주길 믿고 있다. 올 시즌 후 kt의 보호선수 20명 외 특별지명에 대해서도 “임지섭은 현재 전력은 아니지만 팀의 소중한 미래다. (20명 보호선수로)꼭 지키겠다”며 확고한 믿음을 보였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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