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땀방울이 날 구했다”

입력 2014-08-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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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최고의 타자’로 여러 차례 인정받은 이승엽. 그러나 그는 여전히 남들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린다. 정상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는 비결이다. 이승엽이 9일 목동 넥센전에서 5회초 1사 1·2루서 적시 2루타를 때려낸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5연타석 무안타 슬럼프에 피나는 연습
8일 투런포 9일 14번째 결승타 완벽부활


굵은 땀방울은 결코 배신을 하지 않는 법. 하물며 ‘스타플레이어’도 예외는 없다. 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롯데전. 선수들이 필드로 출근하기까지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데 배팅케이지에선 연신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타구가 뻗어나가는 호쾌한 소리가 이어졌다. 주인공은 삼성의 베테랑타자 이승엽(38)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이승엽은 타격 밸런스를 찾기 위해 힘차게 배트를 돌리고 또 돌렸다.


● 올 시즌 최대 부진, 소극적인 타격으로 슬럼프

삼성은 후반기에도 잘 나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후반기에만 10승2패를 기록하며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조금 달랐다. 최형우의 늑골 부상으로 5번으로 전진배치됐지만 부진에 부진을 거듭했다. 동료들의 활약 속에 부진을 떨칠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승엽은 올 시즌 각각 1차례씩 3경기, 4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부진은 조금 더 길어졌다. 7월 30일 대구 LG전부터 6일 청주 한화전까지 5경기에서 내리 침묵했다. 7월 29일 마지막 두 타석 범타까지 포함하면 이날 경기 전까지 25연타석(23연타수) 무안타. 류중일 감독은 “(9경기에서 7홈런을 몰아친) 포항으로 다시 보낼까”라는 농담으로 이승엽을 향해 굳은 믿음을 보였지만,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베테랑도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승엽은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타격도 소극적이 됐다”고 털어놨다.


● ‘8회의 사나이’로 완벽부활, 비결은 땀이었다!

여러 방법을 썼다. 마음을 편히 가져보기도 했고, 이미지트레이닝도 했다. 하지만 처방전은 역시 훈련뿐이었다. 이승엽은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대단한 연습벌레다. 8일 경기에 앞서 김현욱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일찌감치 훈련을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의 타격훈련이 이어지면 옆에 마련된 작은 배팅게이지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구슬땀을 흘렸고, 결과는 바로 이어졌다. 이승엽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전 적시타로 26연타석 무안타의 긴 침묵을 깨더니 7-9로 뒤진 8회 2사 1루에서 롯데 좌완 강영식의 공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2점홈런을 만들었다. “이승엽은 스타다.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친다. 8회의 사나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류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삼성은 이날 채태인의 끝내기 안타로 10-9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고, 이승엽은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상승세는 9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이어졌다. 2-2 동점이던 4회 2타점짜리 결승 2루타 등 5타수 2안타(2루타 2개 포함) 3타점으로 다시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올 시즌 결승타 14개째로 이 부문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타율 0.296, 24홈런, 79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홈런 4위와 타점 6위. 타율 0.253, 13개의 홈런에 그친 지난해의 부진은 다시 없다는 듯 올 시즌 멋진 무력시위를 펼치고 있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그의 좌우명처럼, 결국 땀으로 슬럼프를 탈출한 이승엽이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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