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해자들’ 장은아 “여전히 카페 아르바이트…포기할 수 없는 배우의 꿈”

입력 2014-08-18 09:5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도연 선배와 윤여정 선생님처럼 나이 먹고 싶어요. 두 분의 넘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정말 멋있어요.”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제 얼굴은 평범해요.”

배우 장은아는 자신의 외모를 이렇게 평가했다. 솔직하다 못해 망언에 가까운 말이었다. 하지만 이유를 듣고 보니 이해가 됐다.

“아는 감독님이 ‘1부터 10까지 예쁜 수준이 있으면 너는 3~4 정도 예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그게 더 좋아요. 영화에서 너무 고운 것보다는 한두 컷 정도만 예쁜 게 실제 주위에 있는 인물처럼 보이잖아요.”

사람들은 장은아라는 배우를 잘 모른다. 하지만 한 인후염 치료제 광고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인 여성’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면 “아!”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이 외에도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 ‘최종병기 활’ ‘회사원’ 등에서 기생부터 자객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끝에 데뷔 6년 만에 영화 ‘피해자들’을 만났다.

“초조하진 않았어요. 늘 도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어요.”

장은아는 지난달 말 개봉한 첫 주연작 ‘피해자들’에서 어린 시절 겪은 상처로 인해 뒤틀린 인격체를 갖게 된 가인을 연기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지만 못할 것 같아 몇 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베드신 때문이 아니었다.

“가인에게 구체적인 전사(前事)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인물이 허공에 뜬 느낌이었거든요. 감독님과 조율을 많이 했어요. 세 번째 만났을 때는 설득됐죠. 노출도 문제가 됐지만 감독님이 어떤 의도로 찍으려고 하는 지 이해했어요.”

장은아는 “촬영 전에는 베드신이 많아 부담됐지만 촬영하고 나니 ‘회사원’에서 액션신을 찍을 때와 비슷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안에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타격을 하지 않는다. 합이 짜인 연기”라며 “이 베드신은 섹슈얼리티에 기반을 둔 감정이 아니라 인물들이 지휘 싸움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야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 배우를 꿈꾼 여고생, 화려한 데뷔 그리고 다시 시작

학창시절 장은아는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다. 성적은 ‘난다 긴다’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극영화과를 마음에 품은 것은 의외였다.

“진로 결정을 앞두고 ‘평생 뭘 하고 살까’를 두고 많이 고민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뮤지컬 영화를 많이 봤거든요.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평생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사는 게 좋겠다 싶어서 서울에서 하는 연극이라는 연극은 다 보러 다녔어요. 반대하는 부모님 몰래 연기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했죠.”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했다. 장은아는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 연습실에 갔다. 끝나고 새벽 2시에 셔터를 내리고 집에 도착하면 3시였다”며 “3시간만 자고 또다시 6시에 나와야했다. 그 생활을 꼬박 1년 동안 했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 회상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2008년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본 오디션에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의 주연을 꿰찬 것. 당시 장은아는 오만석, 조정석과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시상식에 최연소 후보로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후 우연히 단편영화를 찍었고 본격적으로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치열한 영화계의 현실은 잔혹했다.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어요. 캐스팅이 됐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많았어요. 심지어는 다 찍었는데 통으로 편집된 적도 있어요. 첫 상업영화에서 피겨 강사 역을 맡았을 때 태릉에서 3개월 동안 피겨를 배웠어요. 그런데 개봉 며칠 전에 감독님으로부터 미안하다고 전화가 왔어요. 러닝타임 때문에 이 장면을 빼기로 했다고요.”

장은아는 “다행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첫 영화에서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캐스팅이 뒤틀리거나 엎어져도 크게 동요하진 않게 됐다. 그 첫 방이 좀 셌다”고 호탕한 모습을 보였다.



● 연애도 연기도 솔직 담백하게 ‘촌스러워도 괜찮아’

장은아는 “‘썸’을 빼면 제대로 연애한 지 2년이 지났다”고 고백했다. 남자가 넘칠 것 같은 새치름한 외모 달리 그는 “연애가 연기보다 어렵더라”고 토로했다.

“저는 사람이 아닌 사랑을 믿는 스타일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센 게 사랑이어야 하는 이상주의자죠. ‘밀고 당기기’ 같은 건 안 해요. 그랬더니 남자들이 빨리 질려하더라고요. 상처를 많이 받아서 다시 시작할 때 또 힘들더라고요. 여우같은 친구들은 연애도 잘 하고 남자도 잘 유혹하던데…저 좀 촌스럽죠?”(웃음)

연애에 그러하듯 연기를 대하는 장은아의 자세 또한 진솔했다. 그는 “나는 신인이라 뭘 줘도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시나리오든 캐릭터든 하고 싶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로제타’나 ‘주노’의 주인공과 같이 일반적인 여자를 연기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저는 지금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은 연기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어요. 서른 즈음에는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정도만 돼도 연기를 계속 해나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