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43억원 투입한 CG…진짜 배는 8척뿐이었다

입력 2014-08-2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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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민식이 펼친 이순신 장군의 백병전 장면(맨 아래)은 ‘명량’ 속 해전 가운데서도 백미로 꼽힌다. 61분에 달하는 해전을 위해 제작진은 실제로 바다에 배를 띄우거나 육지에 특수기계인 짐벌을 깔고 그 위에 배를 올려 촬영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빅스톤픽쳐스

배우 최민식이 펼친 이순신 장군의 백병전 장면(맨 아래)은 ‘명량’ 속 해전 가운데서도 백미로 꼽힌다. 61분에 달하는 해전을 위해 제작진은 실제로 바다에 배를 띄우거나 육지에 특수기계인 짐벌을 깔고 그 위에 배를 올려 촬영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빅스톤픽쳐스

■ 김한민 감독이 밝힌 ‘명량’ 61분간의 해전 뒷이야기

땅에 특수기계 짐벌 깐 후 배 올려
극중 배 위 백병전은 짐벌 위 전투
300여척 배· 수백명 왜군 모두 CG
이순신 ‘전군 출정’신 바다서 찍어
최민식 “참으로 징글징글한 촬영”


영화 ‘명량’이 1500만 관객을 넘어 1600만명으로 치닫고 있다.

개봉 초기보다 관객 증가세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다. 재관람 분위기도 활발하다. 다시 보려는 관객 상당수가 61분 동안 펼쳐진 해전에 특히 열광하고 있다.

역사책으로만 접한 이순신의 해전을 스크린에서 보는 쾌감은 상당하다. 그 해상전투 장면은 ‘명량’의 흥행 신드롬을 만든 또 다른 주역. 연출자 김한민 감독과 제작진에게 ‘명량’ 해전신에 얽힌 뒷이야기를 물었다. 치열한 현장에서 주인공 최민식은 전투 장면을 찍다 ‘혼절’까지 했다.


● 3개 촬영팀 동시 투입

해전 장면을 모두 실제 바다에서 촬영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파고와 물살, 기후 등을 치밀하게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한민 감독은 해전을 담당하는 촬영팀을 A·B·C팀으로 나눴다. 촬영 분량이 방대해 ‘분업’이 필요했던 상황. 각 팀이 상주한 지역도 달랐다.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필요한 촬영은 A팀이 맡고 전남 광양에 세트를 세웠다. 육지에 특수기계인 짐벌을 깔고 그 위에 거대한 배를 올리는 방식이다. 짐벌은 상하좌우, 360도 회전이 가능한 장치. 제작진은 ‘캐리비안의 해적’ 촬영팀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아 상황에 맞게 개조했다. 극중 백병전처럼 배 위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이 그렇게 완성됐다.

전남 여수에 진을 친 B팀은 바다에 배를 띄우고 촬영에 나섰다. 영화에 등장하는 300척이 넘는 배 중 실제로 만든 배는 8척, 그 중 바다에 띄운 배는 4척이다. 이순신이 바다를 배경으로 “전군 출정”을 외치는 장면, 바위섬을 돌아 나오는 모습이 바다에서 촬영됐다.

C팀의 역할은 영화의 주요 배경인 울돌목(현재 명량해협)의 모습과 조류 흐름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꼼꼼히 계산해 대조기 등 바다 물살을 찍기 위해 진도대교 부근 현장에 ‘대기’하는 일이 잦았다.

김 감독은 6개월에 걸쳐 동시에 진행된 세 팀의 촬영장을 분주하게 오갔다. 그가 체험한 가장 어려운 촬영도 역시 바다 위에서였다. 김 감독은 “배가 급선회하거나 갑자기 멈춰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자동차처럼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순간이 많았다”고 돌이켰다.


● 전체 제작비 4분의 1, CG에 쏟아

‘명량’에서 해전 장면을 가능케 한 힘은 CG다. “관객이 해전을 조소하지 않기를 바랐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CG는 ‘명량’의 명운을 좌우한 흥행 요소다.

총 제작비 185억원 가운데 CG에 투입된 금액은 43억원. 25%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특히 제작진은 왜군의 배 330척 중 4척을 제외하곤 모두 CG로 만들었다. 그 배 위에 올라탄 수백명의 왜군 역시 ‘디지털 배우’로 불리는 가상의 인물들. 지난해 ‘미스터 고’에서 먼저 보여준 야구장 관중의 모습과 같은 기술이다.

CG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화의 백미인 이순신의 배와 왜군의 배들이 울돌목 회오리에 휩쓸리는 장면 역시 상당 부분 CG로 구현했다.

해전 장면은 총 1300여컷으로 채워졌다. 이 중 약 1200컷을 CG로 다듬었다. 해전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이 CG 작업을 거친 셈이다. CG를 상상하며 블루매트 위에서 가상의 해전 상황을 연기한 최민식은 “참으로 징글징글한 촬영이었다”며 “짐벌 위에 150명이 올라가 마치 ‘디스코 팡팡’처럼 움직이는 촬영은 어렵고 신기한 작업이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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