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함께 흠뻑 젖고 팬을 위해 망가진다

입력 2014-08-25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축구는 최근 다양한 이야기와 마케팅을 결합해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차범근 전 SBS 해설위원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고, 제주 박경훈 감독과 전북 최강희 감독(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은 홈팬들을 위해 이색적인 팀 마케팅에 기꺼이 참여했다. 사진|배성재 아나운서 트위터·대한축구협회·제주 유나이티드·전북현대

■ 한국축구는 지금 ‘스토리 열풍’

루게릭병 환자 돕기 ‘아이스버킷 챌린지’
차범근 위원·정몽규 회장 등 축구계 동참
박경훈·최강희 감독, 팬 위해 망가지기도

한국축구에 ‘스토리 열풍’이 일고 있다. 딱히 정해진 주제는 없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부터 소소하고 감동적인 내용까지 두루 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아이스버킷 챌린지’다. 루게릭병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환자들을 돕자는 취지로 미국에서 시작된 이 이벤트는 참가자로부터 지목 받은 사람(3명)이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약 10만원)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펼쳐져 세계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 축구계에서도 전·현직 선수들과 행정가, 감독 등 수많은 인사들이 가세하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싱가포르 출장 중인 22일 현지에서 양동이 2개 분량의 얼음물로 시원한 샤워를 했다. 차범근 전 SBS 해설위원으로부터 지목된 정 회장은 이광종, 윤덕여 감독 등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설 남녀대표팀 사령탑과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다음 참여자로 꼽아 흥미를 끌었다.

정 회장과 차 전 위원 외에도 지소연(첼시), 심서연(대교·이상 여자국가대표), 이동국(전북), 김병지(전남), 홍철(수원), 손흥민(레버쿠젠), 박주호(마인츠) 등 현역 선수들이 두루 나섰다. 전북 최강희 감독, 상주 박항서 감독, 수원 서정원 감독 등도 전북 이철근 단장, 수원 이석명 단장 등과 함께 동참했다.

K리그도 여러 이야깃거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개는 홈경기 홍보·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전개된다. 모든 구단들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최근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곳은 제주와 전북이다. 특히 제주 박경훈 감독은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프런트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거절한 적이 없다. 조금은 껄끄러울 수 있는 활동에도 적극 동참한다. 때론 군복을 입고, 필요하다면 가죽점퍼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경기장에 입장하기도 한다. “내가 (망가져) 웃음을 줄 수 있고, 홈팬들이 즐거워한다면 충분하다”는 게 박 감독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제주의 홈 관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전북도 기막힌 홍보 활동으로 눈길을 끌었다.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서울 최용수 감독의 닉네임이 ‘독수리’라는 데 착안해 최 감독이 장총을 들고 독수리를 사냥하는 모습의 패러디로 웃음을 자아냈다. 당초 계획으로는 날아가는 총알에 베테랑 골잡이 이동국의 형상을 넣고 독수리 머리에 최 감독의 얼굴을 담으려 했지만, 지나치게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접었다. 그러나 효과는 충분했다. 구단 직원들에게 포상휴가를 내걸고 오래 전부터 착실히 준비한 ‘3만 관중’ 미션은 올 시즌 최다인 3만597명 입장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