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해준, 명품 악역의 비범한 각오 “주연 아니어도 떳떳한 연기할 것”

입력 2014-09-01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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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준, 명품 악역의 비범한 각오 “주연 아니어도 떳떳한 연기할 것”

드라마나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서사를 지니는 작품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대중들은 때로는 이야기 속 악역에 분노하고 그의 만행에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그래서 악역은 주인공은 물론 대중과도 밀고 당기기를 할 줄 아는 배우여야 한다.

영화 '화차' 속 범수, '닥터 이방인' 속 차진수를 맡아 연기한 박해준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악역이다. 훤칠한 키와 준수한 얼굴에 감춰진 악의는 섬뜩하면서도 세련된 모양을 띄고 대중을 사로잡는다.

이런 그의 연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명품 연기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시작도 연극무대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힘들면서도 굉장히 즐거운 시간들이었어요. 생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보다 정말 순수하게 연기를 하고 싶어했었죠. 서른이 되기까지 연기를 잘 못해서 많이 고민했었어요. 이후에 무대에 계속 서게 되면서 조금씩 연기를 알아 나가게 됐죠."

그렇게 연극판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후 박해준은 드라마에 뛰어 들었다. 진혁 PD의 제안을 받고 시작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그는 모든 음모의 중심인 차진수 역을 맡았다.

"연극하고 드라마는 많이 달라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그래도 진혁 PD님이 믿고 써주신 것에 보답도 하고 싶었고 조금씩 노력하면서 적응해 나갔죠. 그리고 '닥터 이방인' 초반 헝가리 부다페스트 로케이션이 연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다른 배우들과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박해준은 그가 말한 부다페스트 에피소드에서 차진수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드라마 속 거의 유일한 악역이면서도 매력적인 이북 사투리를 구사하는 차진수는 이 드라마가 '메디컬 첩보 드라마'라는 걸 시청자들에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악역을 한다는 건 그 캐릭터를 철저히 이해해야 해요. 그래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차진수를 연기할 때도 왜 그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계속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계속 악역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연기로 풀어낼 때의 쾌감이 있어요. 악역은 그런 매력을 가졌죠."

이런 철저한 프로의식으로 그는 '닥터 이방인'을 통해 명품 조연, 명품 악역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연극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상황은 점차 나아져가지만 여전히 그에게 아직 주연 자리는 멀기만 하다.

"주연이라는 건 굉장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작품의 분위기가 가볍고 무거운 걸 떠나서 한 사람이 모든 인물들을 만나 드라마 한 편에 여러가지 감정을 보여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굉장한 탈렌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힘들죠."

"그동안 한번도 주연은 못했어요. 솔직히 전보다 지금이 더 돈도 잘 벌고 싶고 조금 좋은 역할을 맡고 싶다는 욕심이 문득 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딱 하나만 잊지 않으려고 채찍질을 해요. 무슨 역할을 맡더라도 떳떳하게 연기를 하자는 거죠."

연기를 잘하고 싶다거나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다. 그러나 박해준은 생소하게도 "떳떳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각오를 전했다.

"만일 저를 기억하는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닥터 이방인' 속 차진수는 잊어주세요. 그래야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폭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폭이 넓어질테니까요. 앞으로도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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