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곽태휘, 베테랑의 이름으로…

입력 2014-09-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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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브라질대회를 끝으로 “내 월드컵은 끝났다”고 했던 차두리(왼쪽)와 곽태휘. 그러나 둘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대표팀서 더 중요해진 역할

월드컵 아픔 딛고 A매치 2연전 출전
젊은 선수들 리드…선수단 가교 역할
“현역 말미에 태극마크는 내게 큰 선물
후배들 책임감 갖도록 곁에서 돕겠다”

“내 월드컵은 끝났다.”

5월 16일 경기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의 미디어데이 행사에 나섰던 오른쪽 풀백 차두리(34)의 한마디였다.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처음 취재진을 만난 그는 자신의 월드컵 도전이 끝났음을 선언했다.

중앙 수비수 곽태휘(33·알 힐랄)도 비슷했다. 상황만 달랐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불의의 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던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나 브라질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참담함뿐이었다. 월드컵에서 ‘몸만 만들다’ 돌아왔다. 브라질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라 여겨온 곽태휘도 “이제 월드컵은 힘들 것 같다”며 씁쓸한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태극전사로서의 여정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베테랑들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 커졌다. 젊은 선수들만으로는 위기관리, 돌발상황 대처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공석 중인 국가대표팀 사령탑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선택은 간단했다. 9월 A매치 2연전(5일 베네수엘라·8일 우루과이)에 나설 대표팀에 베테랑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물론 A매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만이 대표팀 재발탁의 모든 이유는 아니다.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차두리는 K리그에서, 곽태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둘은 나란히 올 시즌 소속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고 아시아 최강 클럽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A매치에서도 차두리는 65경기 4골, 곽태휘는 35경기 5골을 기록 중이다.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명이 괜한 것이 아니다.

요즘 한국축구가 세대교체의 과도기에 접어들었어도 차두리와 곽태휘가 맡은 몫은 상당하다. 최선참 이동국(35·전북)과 함께 안팎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서 물 흐르듯 매끄러운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베테랑 수비 콤비의 자신들의 임무에 대한 생각도 뚜렷하다. 곽태휘는 “대표팀은 누구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월드컵이 끝났다고 우리의 축구가 끝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현역 말미에 대표팀은 내게 큰 선물이다. 훌륭한 후배들이 책임을 갖고 준비하도록 곁에서 많이 돕겠다”고 다짐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무한 애정, 무한 책임을 강조하는 모습이 똑같다. 타성에 젖고,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일부 후배들에게 차두리와 곽태휘는 아주 훌륭한 롤모델이 되고 있다.

파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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