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기만 하면 손해를 본다는 말이 있다 . 또한 반대로 조금만 비겁하면 세상 살기가 더욱 편하다고들 말한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최근의 방송가에도 통용되는 듯 하다. 안타까운 시청률로 종영을 결정한 MBC 예능 프로그램 '별바라기'와 SBS 드라마 '기분좋은 날'의 사례를 살피면 착하다는 것이 반드시 시청자들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별바라기'는 당초 강호동이 목요일 밤 11시대를 맡아 유재석의 KBS2 '해피 투게더 시즌3'와 경쟁을 하게 되는 구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강호동은 일반인 팬들과 스타들을 이러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데 그쳤고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진행을 보여줬다.
이같은 강호동의 희생에 일반인 팬들과 스타들은 그들만의 끈끈한 인연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흔히 연예인 게스트들이 나와 과거 연애 이야기 등을 비롯해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과는 달리 말 그대로 청정 토크를 보여준 것이다.
SBS 주말 드라마 '기분좋은 날'도 '별바라기'와 마찬가지로 가족애를 강조하며 안방에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이 작품에 출연한 최불암과 나문희, 김미숙 등 중견 연기자들은 "시청률은 나오지 않지만 분명히 아름다운 드라마", "오랜만에 내 연기를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여기에는 흔한 고부갈등이나 막장 요소들이 철저히 배제됐다. 다소 많은 커플들이 나와 산만함을 띄긴 했지만 이들의 러브라인도 시청자들이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기분좋은 날'은 끝내 조기종영을 하게 됐다. 표면상으로는 아시안 게임 중계로 잦은 결방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조기 종영의 이유는 언제나 시청률이었던 점을 상기해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시청자들은 그동안 암세포도 생명이라던 대사에 경악하고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나타나 복수를 하는 드라마들과 가학성, 선정성 가득한 게임으로 웃음을 주는 예능을 마음껏 비난해 왔다.
그럼에도 정작 최근의 경향을 인터넷 속 댓글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시청자들은 드라마 작가들과 예능 PD들에게 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MBC, 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