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류중일 “삼성? 전화도 하지마라고 했다”

입력 2014-09-2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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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 소식 알면 뭐하겠노. 무소식이 희소식 아냐?”

26일 인천 송도LNG야구장.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이날 경기가 없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자청해 오후 4시부터 1시간 반 동안 가볍게 훈련을 했다. 금메달까지 앞으로 단 2경기. 대표팀 류중일(51·삼성)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15일 대표팀이 소집됐으니 어느덧 열흘 이상이 지났다. 아무리 대표팀 사령탑이지만, 소속팀인 삼성의 근황이 궁금할 법도 하다. 아직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성래 수석코치에게 훈련을 맡기고 몸은 인천으로 와 있으니, 마음은 수시로 대구로 향하지 않을까.

그러나 기자들이 “삼성 소식은 보고 받고 있느냐”고 묻자 류 감독은 “김성래 수석코치한테 (나에게) 전화도 하지 마라 캤다. 작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도 ‘전화하지 마소’라고 했다. 전화 오면 안 좋은 일이 있는 거다. 무소식이 희소식 아냐?”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나도 삼성 돌아가는 건 스마트폰으로 가끔씩 올라오는 기사 보고 안다. 연습경기 롯데한테 이겼다 카대”라며 웃었다.

그가 김성래 수석코치에게 “전화로 보고도 하지 마라”고 당부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우선 삼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믿는다는 뜻이다. 그는 평소 코치와 선수를 의심하기보다는, 믿음으로 자율적인 훈련과 창의적인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지도자다. 일일이 참견하고 간섭하기보다는 코치들에게 ‘당신이 해당 분야 최고의 지도자’라는 신뢰를 보내면서 재량권을 많이 준다. 선수들에게도 스스로 알아서 훈련하고 야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통합 3연패를 달성했고, 올해도 정규시즌 1위를 질주 중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는 데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국가대표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류 감독은 “소속팀 소식을 자꾸 보고 받으면 뭐하겠노. 그래서 전화도 하지 마라고 했다. 여기(아시안게임)에 올인해야지. 이게 최우선이니까”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팀 신경 쓰느라 오히려 소속팀 돌아가는 사정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류 감독. “혹시 삼성 매직넘버 잊어버린 것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기습적인 농담에 그는 “그건 알고 있거든~. 우리가 다섯 번 이기고, 넥센이 세 번 지면 되거든~”이라고 받아쳐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삼성의 매직넘버가 8이라는 사실을 류 감독은 현실적인 수치로 표현했다.

그가 소속팀으로 돌아갈 날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27일 준결승전과 28일 결승전만 치르면 된다.

인천|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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