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혁 아내 “남편, 나보다 양궁을 사랑하는 남자”

입력 2014-09-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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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이 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관중석을 향해 왼손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오진혁 남자양궁 리커브 개인전 금메달…아내 엄민경 씨가 말하는 신궁 남편

한 달에 다섯번 보기도 힘든 남편이지만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에 마음 짠해…
결혼식 다음날도 태릉으로 들어간 걸요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양궁이 좋대요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제패했다. 오진혁(33·현대제철)이 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용지웨이(중국)를 세트승점 6-4(27-29 27-30 30-27 28-27 27-26)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역전극이었다. 2세트까지 승점 0-4로 뒤졌지만, 이후 3∼5세트에서 모두 승리했다. 5세트 마지막 발에선 8점을 쐈지만, 상대 역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8점을 기록해 오진혁이 앞섰다. 이로써 오진혁은 2012런던대회에서 한국남자양궁 사상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또 한번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양궁 스타’의 입지를 굳혔다. 관중석 한편에서 남편을 응원하던 그의 부인 엄민경(28) 씨는 두 손을 모으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한 달이면 5번 보기도 힘든 부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아니까 더 마음이 짠해요. 드디어 결실을 맺었네요.” 오진혁-엄민경 부부는 2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둘은 지난해 8월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오진혁은 “첫 눈에 반했다. ‘내 여자다’라는 확신이 들어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의 적극적 구애 속에 결혼했지만, 신혼은 떨어져 있는 삶의 연속이었다. “결혼식 다음 날에도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갔어요. 집(경기 남양주 별내동)에서 태릉까지 차로 5분 거리인데도, 한 달이면 5번 보기도 힘들어요. 처음엔 저도 속상했죠. 하지만 새벽 5시부터 훈련하고, 야간에도 활을 쏘고…. 남편도 얼마나 집에 오고 싶겠어요.” 오진혁은 “운동선수 남편을 이해해주고 내조해주는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금메달의 영광을 돌렸다.


● 아내가 본 신궁 “때론 부인보다 양궁을 더 소중히”

오진혁의 어깨는 현재 만신창이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하는 양궁선수에게는 직업병과도 같다. 그러나 집에선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제가 어깨 한번 주무르려고 해도 ‘만들어진 근육이 풀어진다’며 말려요. 남들보다 늦게 꽃을 피운 선수인 만큼 정말 치열하고 관리가 철저해요. 사실 이젠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오거든요. 그래도 양궁이 좋대요. 어떤 땐 부인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허리와 어깨 등 부상 부위만 보면 부인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그래서 “내가 먹여 살릴 테니, 그냥 은퇴하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같았다. “그만두는 시기를 딱 정해두고 싶지 않아. 그냥 내 몸이 허락하는 한 하고 싶어.” 신궁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활에 대한 애정이었다. 그래서 아내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11월에는 뒤늦은 신혼여행

결혼 이후 엄 씨는 상식 이하의 네티즌들로부터 ‘악플’에 시달린 적도 있다. 여전히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28일에도 경기 후 남편을 만나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갔다. “저는 남편의 추억도 소중히 여기자는 주의에요. 어차피 남들 얘기엔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 둘이 행복하게 잘 살면 되는 거니까요. 오히려 남편이 큰 대회를 앞두고 마음 쓰일까봐 걱정했어요.”

11월이 되면 오진혁-엄민경 커플은 발리로 9개월이나 미뤄왔던 허니문을 떠난다. 만난 이후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사랑의 힘으로 참고 인내했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부부는 짧은 시간이나마 금빛 추억을 만들 계획이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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