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지나. 동아닷컴DB
군대에서만 쓴다는 ‘다나까’ 어투. 고작 3박4일간 병영 체험이었지만 “그랬지 말입니다” “그런 겁니까?”라는 말투가 아직도 베어있다. 그런 자신을 보면서 “정말 신기하지 말입니다”라며 또 깔깔 웃는다.
가수 지나(27). 캐나다에서 태어나 19살 때 한국에 건너온 그는 불과 1년 전까지도 우리말이 서툴러 한참을 고민하고 말을 꺼내곤 했다. 무대에서도 섹시하고 가녀린 모습만 보여줬던 그가 최근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편에서 인간미 넘치는 ‘진짜 사람(?)’같은 모습으로 남성들은 물론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아무리 방송이라고 해도 지나에게 병역체험은 무모할 정도로 큰 도전이었다. 남자들도 입대하면 하루 이틀은 적응하기 힘들다는데, 여자이고 더욱이 오랜 해외생활을 해왔던 지나에게 군대는 “일생일대의 위기”와도 같았다.
“언어의 장애(?)가 있어서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발음이 어렵거나 뜻이 어려운 말은 무슨 말인지 말 모른다. 군대에서는 ‘다 아니면 까’로만 말을 맺어야 하고,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도 질문을 해선 안 된다. ‘관등성명’이라는 단어도 어려웠고 그걸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례할 때 ‘충성! 정통해야 따른다!’라는 구호도 ‘정통해야 딸한다!’라고 잘 못 알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틀렸다는 걸 알았다.”
병영체험이라지만 지나는 ‘군대’에서 화생방, 유격훈련 등을 일반 병사들과 똑같이 실습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는 그는 “그래도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뿌듯해했다.
“힘들면 포기하는 스타일이었다. 속마음으로는 소속사에 전화해서 제발 집에 보내달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할 수 없었다. 안 되더라. 힘든 고비를 하나씩 넘기면서 정신력으로 버텼다. 함께 한 라미란, 홍은희, 김소연, 박승희, 맹승지, 혜리 등 그들이 없었다면 끝마치지 못했을 것 같다.”
방송은 9월 말까지 5회에 걸쳐 공개됐지만, 이들이 병역체험을 하고 온 건 8월 초다. 두 달이 지나고도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에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좋은 아침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점심은 먹었습니까?” “사랑합니다”라는 등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여자들에게도 의리와 우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하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눈물 콧물 다 빼고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모습까지 다 보여줬지만 후회는 없다. 원래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데, 군대에 다녀오니 아침에 눈이 떠지더라. 다시 군대에 가라고 하면 체력 등 모든 걸 갖추고 가고 싶다. 여자들도 꼭 한번쯤 가보면 좋을 것 같아서 주위에 추천하고 있다.”
달라진 정신력이 지나를 변하게 하고 있다.
“벌써 데뷔 5년차다. 쉽게 생각하고, 나태해질 수 있는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새 기운을 받고 현재 작업 중인 새 앨범에 수록될 곡들도 잘 나올 것 같다. 일하는 것도 재밌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