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막판 순위경쟁… 찬물 끼얹는 심판판정

입력 2014-10-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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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서울전·울산-상주전 오심으로 얼룩
알고보니 동일 심판 배정…고의성 의혹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4’의 막판 순위경쟁이 뜨겁다. 그 중 핵심은 상위리그(그룹A·1∼6위)와 하위리그(그룹B·7∼12위)의 마지노선인 6위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과 우승을 다툴 그룹A와 달리, 그룹B는 챌린지(2부리그) 강등을 피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

31라운드까진 전남(승점 44)이 6위, 울산(승점 41)이 7위였다. 그러나 지난 주말 32라운드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19일 홈에서 상주를 2-1로 꺾은 울산이 전날(18일) 안방에서 서울에 1-2로 패한 전남을 제쳤다.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울산(+4)이 전남(-5)에 앞섰다. 33라운드(26일)에서 인천 원정을 떠날 전남보다 성남 원정을 앞둔 울산이 훨씬 유리해졌다.


● 6위 경쟁 당사자들의 운명 바꾼 석연치 않은 판정

공정한 경쟁 속의 순위 변화는 문제될 게 전혀 없다. 잘하면 보상받고, 못하면 추락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18일 전남-서울전과 19일 울산-상주전 모두 오심으로 얼룩졌다. 전남은 후반 막판 터진 스테보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무효 처리돼 소중한 승점 1을 따낼 기회를 놓쳤다. 반면 울산은 석연치 않은 페널티킥(PK) 판정으로 웃었다.

전남 하석주 감독과 상주 박항서 감독은 당시 판정과 관련해 일체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감독이 판정 이야기를 꺼내면 벌금과 출전정지 등으로 징계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에선 감독이 판정 불만을 거세게 표출하는 장면이 흔치만, K리그는 그렇지 못하다. 입은 막고, 채찍만 휘두른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다. 실수할 수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에서도 오심은 빈번하다. 그러나 전남-서울전과 울산-상주전에서 한 차례씩 나온 각기 다른 판정의 결론은 공교롭게도 하나의 지점으로 귀착된다. 6위 경쟁 당사자 중 한쪽은 유리해지고, 다른 한편은 불리해졌다.


● 더 큰 논란 불가피한 심판 배정

오심보다 더 큰 문제는 심판 배정이다. 전남-서울전에 나선 A심판(주심)과 B심판(대기심)이 울산-상주전에 역할을 바꿔 A심판이 대기심, B심판이 주심을 맡았다. 전날 경기 주심이 다음날 경기의 대기심으로 나서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A·B심판처럼 역할만 바꿔 함께 다음날 경기에 출장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에 대해 프로축 구연맹 이운택 심판위원장은 20일 “클래식 주심이 12명 이다. 이 중 배정정지 2명, 해외출장 3명으로 결원 5명이 생겼다. 남은 7명으로 32라운드를 소화해야 했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모두 빠진 적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7명중) 5명을 더블(2경기)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는 또 있다. 종전 더블 배정 심판들은 역할도 달라졌고, 경기도 달리했다. A·B심판만 흔치않게 함께 움직였는데, 모두 판정 논란을 낳았다. ‘우연치곤 기막힌 우연’이다. 이 때문에 ‘울산이 프로축구연맹 총재(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 산하 구단이라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그럴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 같은 억측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프로축구연맹의 32라운드 심판 배정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이 위원장은 “A, B심판은 모두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쉬움은 일부 있지만, 고의적인 (악성) 판정은 없었다”며 “스테보의 무효 골 이외에 전남-서울전(에서) 전반 도중 서울이 PK를 얻을 법한 장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묘한 여운이 남는 발언이다. 이 말대로라면 전남-서울전에서골이 될 수도 있었던 2차례 결정적 오심이 나온 셈이다. 그런데도 전남-서울전의 주심과 대기심이 버젓이 울산-상주전에 역할만 바꿔 또 투입됐다. 상하위 스플릿이 최종 확정될 33라운드의 결과가 벌써 궁금해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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